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1. 근로시간 측정·기록 의무제 도입 공약
이재명 대통령은 2030년까지 한국인 평균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단축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그 방법 중 하나로 사용자의 실근로시간 기록 의무화를 공약했다. 공짜 야근을 줄여 근로시간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에 부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여럿 발의된 상태인데, 그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제57조의2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제57조의2(업무 개시·종료 시각의 측정·기록 및 관리 등) ① 사용자는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를 방지하기 위하여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적정하게 파악·관리하여야 하며, 이를 위하여 근로자의 업무 개시·종료 시각을 일·주·월 단위로 측정하고 기록하여야 한다.
(중략)
③ 사용자가 근로자의 업무 개시·종료 시각을 측정·기록하는 때에는 사용자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거나 업무 개시·종료 시각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 또는 전자정보처리 프로그램 등의 객관적 방법에 기초하여 적정하게 측정·기록하여야 한다. 다만,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로 측정·기록 방법을 정한 경우에는 그 방법에 따른다.
④ 제3항의 방법에 따른 측정이 어려운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가 스스로 업무 개시·종료 시각을 측정(이하 이 조에서 “자기신고제”라 한다)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측정 가능 시간의 상한을 설정하는 등 공정한 측정을 저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⑤ 사용자는 필요한 경우 자기신고제에 의하여 측정된 시각과 실제 업무 개시·종료 시각 간의 일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하여 정당한 방법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⑥ 사용자는 근로자가 자기의 업무 개시·종료 시각 기록을 교부하여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 이를 교부하여야 한다.
(후략)
2. 해외 사례
이 문제에 관해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앞서 내린 판결들이 있다. ECJ는 2019년 5월 14일 다음의 이유를 들어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시간 측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판결했다.
? 근로시간 측정·기록 시스템이 없으면 근로자가 일한 시간 수와 개시 시점, 초과 근무를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게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근무시간 기록은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 보호를 위한 법정 근로시간 준수 여부 및 휴게시간 준수 여부 확인에 필수적이다.
? 근로자가 동료 증언, 이메일, 휴대전화 등 다른 증거로 근로시간을 증명해 권리를 행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그런 방법으로는 근로시간 수를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게 확정할 수 없다.
? 행정기관도 그런 시스템이 있어야 감독·규제 권한을 용이하게 행사할 수 있다.
?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근무시간 기록은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 보호를 위한 법정 근로시간 준수 여부 및 휴게시간 준수 여부 확인에 필수적이다.
? 근로자가 동료 증언, 이메일, 휴대전화 등 다른 증거로 근로시간을 증명해 권리를 행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그런 방법으로는 근로시간 수를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게 확정할 수 없다.
? 행정기관도 그런 시스템이 있어야 감독·규제 권한을 용이하게 행사할 수 있다.
ECJ는 2024년 12월 19일에도 위 판결을 원용하면서 "특정 사용자에게 근로시간 측정·기록 의무를 면제하는 것은 EU법에 위반될 수 있고, 나아가 가사 노동자의 사용자에 대한 근로시간 측정·기록 면제 규정은 가사노동자의 95%가 여성인 점에 비춰 다른 정당화 사유가 없는 한 성별에 따른 간접 차별을 구성할 여지가 있다"고 판결했다.
EU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공정근로기준법이 원칙상 사용자에게 근로시간을 기록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근로기준법도 1일 근로시간 기록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근로시간 측정·기록제 도입 정책은 국제적 관점에서 이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3. 근로시간 측정·기록 의무제가 가져올 사업장의 변화
근로시간 기록이 존재하면 사용자나 근로자 모두 법정 근로시간의 상한 준수 여부를 파악하기 쉽다. 또 근로자는 연장·야간·휴일 근로시간에 대한 가산수당을 청구할 때 직접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불편함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선의를 가진 제도라 하더라도 현실에서의 작동은 그 선의와 다를 수 있음을. 한 가지 예로 직장에 머무른 시간 중 비(非)업무시간을 근로시간 수에서 제외하기 위한 분쟁이 늘어나거나 이와 관련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작년 3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100대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사무직 근로자들은 1일 8시간의 근무시간 중 약 1시간 20분 정도를 업무 아닌 사적 활동에 사용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 출처 : 기업 인사담당자 "직원들, 업무시간 중 1시간20분 '딴짓' 한다", 한국경제 2024.3.10
이에 대응해 어떤 회사는 흡연 구역, 휴게실 등 비업무공간에 출입 시 카드를 접촉하게 한 다음 근로자가 그 곳에 머무른 시간을 근로시간에서 공제한다. 그런데 장소로 시간의 성격을 분류할 경우 휴게실에서 이뤄진 업무 미팅 시간 등은 근로시간에 재산입하는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관리자의 승인 과정에서 비용과 분쟁의 여지가 생기게 된다. 또 다른 회사는 일정 시간 이상 마우스의 움직임이 없으면 비업무 모니터링 시스템에 시간을 적립하는 제도를 도입하려다 직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20분 이상 자리를 비울 땐 업무 관련성을 소명하면 비업무 시간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조치했지만, 직원들의 저항이 거셌다. 근로시간 측정·기록이 의무화된다면 이 같은 비업무시간 측정·기록에 대한 갈등과 관리비용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근로시간 중 업무 수행의 질 관리를 둘러싼 변화도 예상된다. 업무 공간에 머무르기는 하지만 일에 집중하지는 않는, 직무 태만 또는 이른바 '조용한 퇴사'로 표현되는 행동을 억제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회사는 업무 실적이 낮은 근로자에 대한 징계를 늘려 나가거나 성과평가를 고도화해 성과급 비중을 늘리고자 할 것이다.
4. 근로시간 측정·기록 의무제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근로시간 상한 통제는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임이 분명하고, 근로시간 측정·기록 의무제는 이에 기여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기업은 생산성을 늘려야 생존과 성장이 가능하며, 이는 근로자들의 안정적 생계 유지와 생활 수준 향상의 전제조건이 된다. 그래서 업무시간의 총량 제한을 강조하는 정책은 업무시간 중의 몰입도 향상을 장려하는 정책과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경총 조사 결과에 의하면 100대 기업의 40%만이 업무 시간 중 사적 활동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거나 성과 관리로 대응한다고 답변했다.

※ 출처 : 기업 인사담당자 "직원들, 업무시간 중 1시간20분 '딴짓' 한다", 한국경제 2024.3.10.
'연공급제(호봉제)→성과급제' 변경의 경직성(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 '업무적 질책'의 직장내 괴롭힘 포함 및 괴롭힘 신고자 보호 등 다른 법 제도들이 업무 몰입도 향상을 위한 제도 도입에 걸림돌로 작용했을 수 있다. 근로시간 측정·기록 의무제와 함께 업무 몰입도 향상 추구를 용이하게 하는 제도적 개선이 함께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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