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7일 공개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협상 핵심 쟁점인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와 관련해 "모든 주요 세부 사항에서 교착상태에 있다"고 했다. 29일 한·미 정상회담 전까지 최종 타결하지 못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대통령 인터뷰는 지난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투자 방식과 규모, 기간, 손실 분담, 이익 배분 등 이 모든 것들이 쟁점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이 한국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는 수준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논의가 계속되고 있고, 일부 이견이 존재하지만 협상 지연이 반드시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달라"고 했다. 극적 타결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과 체결한 협상과 직접 비교를 경계하며, 대신 유럽연합(EU)이 미국과 한 협상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했다. 일본은 미국이 특정 분야 투자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하면 45영업일 이내에 계좌에 현금을 보내야 한다. 원금 회수 전에는 미국과 일본이 5대5로 이익 배분을 하고, 회수 후에는 미국이 9, 일본이 1의 비율로 배분받는다.
EU의 경우, 2028년까지 600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돼 있다. EU나 회원국 개별 정부가 아니라 민간 기업이 투자 주체다. 이익 배분에 대한 조항도 특별히 마련되지 않았다. 민간 투자 기업이 이익을 챙기는 구조일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자 친구"라며 "모든 당사자에게 수용 가능한 합리적인 결과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에 대해 "주한미군이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주한미군의 운명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현실"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외부 지원 여부와 관계없이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을 억제하고, 방어할 수 있는 충분한 수단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를 우리 정부 의지대로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 아래, 자주국방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까지(현 2.3%) 증액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미국 요구 때문이 아니라 자주국방을 보장할 만큼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다만 지금까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쉽게 동의 못할 문제"라고 했던 이 대통령이 "우리가 결정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이에 대한 입장이 다소 변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주한미군이 대북 억제 역할에서 나아가 대(對)중국 억제 등의 역할도 해야 한다는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중 갈등 사이에 끼어있는 한국을 이 대통령은 "두 개 맷돌 사이에 낀 나라"라고 표현했다. 중국이 최근 '마스가'(한미 조선업 협력) 상징인 한화오션의 미국 내 5개 자회사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한 데 대해서는 "중국이 압박을 가하는 방식일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 있는 신호"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와 추가 보복 가능성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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