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지구 저궤도(Low Earth Orbit·LEO) 위성 인터넷의 부상이 글로벌 네트워크 산업 판도를 바꾸고 있다.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관련 기업의 자산 가치가 재평가되면서다. 새로운 산업의 가치 사슬도 창출해 글로벌 자본의 흐름과 지정학적 패권 구도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LEO 위성 인터넷 시장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가 압도적인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아마존의 프로젝트 카이퍼와 중국의 궈왕이 각기 다른 전략으로 추격하는 구도를 형성 중이다.
스타링크는 규모와 서비스 범위 모든 면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달 기준 스타링크는 8660기 이상의 운용 위성을 궤도에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가입자 수는 지난 8월 7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초기 B2C 시장을 넘어 해상, 항공, 모바일 D2D 등 B2B 및 B2B2C 시장으로 수익 모델을 성공적으로 다각화한 결과다. D2D(Direct-to-Device)는 스마트폰과 위성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다.
아마존은 막대한 자본력과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와 연계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4월 첫 상용 위성 발사했다. 지난 13일까지 총 153기의 위성을 궤도에 배치했다. 아마존은 이 프로젝트에 이미 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공언했다. 연내 일부 지역에서 베타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대중적인 상용 서비스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다. 아마존의 전략은 단순 통신 서비스를 넘어 AWS와 연계한 통합 솔루션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의 궈왕은 상업적 목적보다는 국가 전략적 목표에 따라 움직인다는 분석이다. 약 107기(운용 89기, 실험 18기)의 위성을 배치했다. '디지털 실크로드'를 우주로 확장하고 미국의 기술 패권에 대응해 독자적인 네트워크 주권을 확보하려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베이징대의 왕 리 교수는 "궈왕의 핵심 목표는 이윤 창출이 아니라, 일대일로 참여국들에 중국 표준의 통신 인프라를 제공하고, 군사 및 안보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원웹을 인수한 유텔샛은 B2B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2024/2025 회계연도 LEO 매출이 1.87억 유로로 전년 대비 84% 증가했다. 그룹 전체 매출의 약 15%를 차지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기술적 난제도 여전하다. AST 스페이스모바일은 더 큰 위성을 사용하여 5G급 속도를 목표로 한다. 지난 1월 보다폰과 표준 스마트폰을 이용한 세계 최초 위성 영상 통화 시연에 성공하는 등 기술적 진전을 보였다. 버라이즌, AT&T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내년 상용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대규모 상용화까지는 위성 용량 확보와 안정성 검증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LEO(저궤도) 위성 인터넷의 발전 속도는 국제 표준과 각국의 규제 환경에 크게 좌우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동통신 국제 표준화 기구인 3GPP는 최근 ‘비지상 네트워크(NTN·Non-Terrestrial Network)’를 5G 어드밴스(Advanced) 시스템의 일부로 공식 포함했다. 이는 위성 네트워크가 기존 지상 통신망과 경쟁하는 별도 체계가 아니라, 지상망의 서비스 범위를 확장하는 하나의 구성 요소로 설계됐다는 뜻이다. 위성은 독립된 ‘대체 인프라’가 아니라 통신망을 보완하는 ‘연장선’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LEO(저궤도) 위성 인터넷의 등장은 지상 통신사들에게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전환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3분기 주요 통신사들의 실적과 최근 행보를 보면, 이들은 변화의 파고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한때 ‘좌초 자산’이 될 것이라 우려됐던 기지국과 광케이블 등 지상 인프라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위성망과의 결합을 통해 네트워크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오히려 그 자산 가치가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AT&T는 지난 3분기 307.1억 달러의 매출과 40.5만 명의 후불제 전화 순증 가입자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에코스타(EchoStar)로부터 스펙트럼 라이선스를 인수하고 루멘으로부터 광섬유 자산을 매입하는 등 지상 네트워크의 성능과 효율성을 강화하는 데 투자를 집중했다. 이는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하는 환경에서 지상망의 중요성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AT&T의 존 스탠키 CEO는 저궤도 위성에 대해 "위성은 대도시 실내처럼 5G 지상망이 제공하는 실외·실내 성능을 따라올 수 없다"며 위성이 지상망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그는 해양 컨테이너 추적 등 셀 범위 밖 IoT 분야에서 보완적으로 활용될 것이라 전망했다. AST 스페이스모바일에 1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 위성 통합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T-Mobile은 D2D 서비스를 가장 먼저 상용화했다. 다만 3분기 후불제 전화 순증 가입자 100만 명의 실적을 달성했다. 서비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성장한 182억 달러를 기록했다. D2D가 기존 사업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가입자 유치에 기여하는 '보완재'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 전략은 LEO 위성 인터넷을 경쟁 서비스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사의 5G/6G 네트워크를 보완하고 서비스 음영 지역을 해소하는 비용 효율적인 수단으로 활용한다. 모건 스탠리의 사이먼 플래너리 통신 담당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LEO 위성의 위협을 과대평가했다"며 "데이터 트래픽의 95% 이상이 발생하는 도시와 실내 환경에서 지상망의 우위는 절대적이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통신사들은 이제 위성을 '위협'이 아닌 '농어촌 지역 커버리지 비용 절감 수단'으로 활용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LEO 위성 인터넷 부상으로 기지국의 쓸모가 줄어 통신 타워 임대 사업이 붕괴할 것이라는 예상도 기우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통신 인프라 리츠 기업들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핵심 자산인 타워의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글로벌 1위 타워 기업인 아메리칸 타워는 타워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면서 2분기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13%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LEO 위성 인터넷은 기술적 한계로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필수인 도시와 실내 환경에서는 지상 기지국을 대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LEO가 인구 밀도가 낮은 광활한 지역의 커버리지를 담당하게 되면서 타워 기업들은 투자 효율이 높은 도심 지역의 5G/6G 고도화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 중 하나인 머스크는 2023년 말 330척 이상의 자사 운영 선박에 스타링크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선박당 200Mbps가 넘는 초고속, 저지연 인터넷 환경을 구축했다. 실시간으로 운항 데이터 공유할 수 있으면서 선박의 상태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운항 경로를 최적화할 수 있게 됐다.
하늘과 땅에서도 LEO 위성 인터넷은 새로운 생산성을 창출했다. 기존의 기내 와이파이는 정지궤도(GEO) 위성을 기반으로 속도가 느리고 지연 시간이 길어 단순 메시지 전송 외에는 사용이 어려웠다. 최근 하와이안 항공, 카타르 항공, 에어발틱 등은 스타링크를 도입하여 기내에서도 150Mbps가 넘는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를 제공한다. 승객은 비행 중에도 화상 회의에 참여가 가능하다.
정밀 농업 분야에서도 LEO 위성 인터넷은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고 있다. 광활하고 외딴 농경지에서는 기존 통신망 접근이 어려워 데이터 기반의 정밀 농업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지금은 위성 인터넷이 토양 센서, 기상 관측 장비, 드론이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전송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비료와 농약, 물을 최적의 시간과 장소에 정밀하게 투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미국 장비제조업협회(AEM)의 올해 보고서에 따르면, 위성 인터넷 도입으로 작물 생산량 6% 증가하고, 비료 사용은 14%, 물 사용은 21%까지 절감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데이비드 린드버그 미국 농업혁신연구소 소장은 "미래 농업의 성패는 데이터에 달려있다"며 "위성 인터넷은 외딴 농장들을 글로벌 데이터 네트워크에 연결해 전 세계적인 식량 안보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보이지 않는 기반 시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EO 위성 인터넷은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 등 인터넷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수십억 인구, 즉 '넥스트 빌리언'을 글로벌 디지털 경제에 편입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는 이커머스, 핀테크, 원격 교육, 원격 의료 등 새로운 글로벌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촉발하고 글로벌 GDP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기술적 가능성과 현실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통신사업자협회(GSMA)의 보고서는 아프리카의 디지털 격차 문제가 단순히 '커버리지'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2021년 기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인구의 61%는 모바일 브로드밴드 사용 범위 지역에 거주한다. 그러나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은 인구 비중이 더 크다. GSMA는 전 세계적으로 31억 명 수준이 통신사용 격차가 겪을 것으로 봤다.
가장 큰 장벽은 '단말기 가격'과 '데이터 요금'의 경제적 부담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저렴한 인터넷 가능 휴대폰의 가격은 여전히 월평균 소득의 26.5%에 달한다. GSMA는 30~40달러 수준의 저가 4G 스마트폰이 보급되어야 실질적인 디지털 사용 인구가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대 자산운용사와 벤처캐피털(VC)이 우주산업에 잇따라 투자했다. 소프트뱅크는 원웹과 스타링크 모두 투자했다. 구글은 스페이스X의 지분을 10억 달러 상당 보유 중이다. 골드만삭스의 노아 창 애널리스트는 올해 투자 동향 보고서에서 "LEO 위성은 초기 단계에서는 기존 통신 서비스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지상 인프라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궤도 경제의 높은 성장 잠재력을 상호 보완적인 자산으로 보고, 두 영역 모두에 대한 배분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위성 통신망 두고 세계 각국의 지정학적 패권 경쟁이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 통신망은 국가의 경제와 안보를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LEO 위성 인터넷이 글로벌 커버리지를 제공하게 되면서 이 통신망을 누가 통제하느냐의 문제가 중요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는 민간 기업이 LEO(저궤도) 위성 인터넷 산업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일정 부분 통제권을 유지하고 있다. 스페이스X나 아마존처럼 민간의 혁신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려 한다. FCC(연방통신위원회)가 마련한 SCS(Supplemental Coverage from Space) 프레임워크를 통해 서비스의 규제 틀을 구축했다.
이 제도는 위성 기반 통신 서비스를 기존 이동통신망의 보조적 형태로 정의한다. 민간의 효율성과 정부의 통제력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균형 전략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접근법은 ‘정부가 설계하고, 민간이 실행하는’ 형태로 정리된다.
유럽연합(EU)은 ‘IRIS’(Infrastructure for Resilience, Interconnectivity and Security by Satellite)라는 독자 위성 통신망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컨소시엄 스페이스라이즈와 106억 유로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위성 기반 보안 통신 인프라를 자체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 민간 기업, 특히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초래할 수 있는 안보 리스크를 차단하려는 전략적 조치라는 평가다.
최근에는 에어버스, 탈레스, 레오나르도 등 유럽 주요 방산·항공우주 기업들이 위성 사업 통합에 합의하기도 했다. ‘유럽판 스타링크’를 향한 산업 재편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는 평가다. EU는 이를 통해 통신망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미·중 중심의 우주 인터넷 경쟁 구도에서 독자적인 기술·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위성 인터넷 분야에서도 철저히 국가 주도형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궈왕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정부가 직접 설계·운영하는 체계로 추진되고 있다. 총 1만 2,992기의 위성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를 단순한 상업용 통신망이 아니라, 국가 통제력과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위한 전략적 인프라로 보고 있다. 궈왕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국의 통신 기술 표준을 세계에 확산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참여국을 중심으로 **디지털 영향권**을 구축하는 것이다.

인도 정부는 위성 인터넷 시장 개방 과정에서도 강한 규제 중심의 ‘데이터 주권’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 인도는 스타링크와 원웹 등 글로벌 사업자들에게 공식 라이선스를 부여했다. 하지만 동시에 데이터의 자국 내 저장, 내국인 지분 보유 의무, 엄격한 보안 규정 준수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는 위성 인터넷으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글로벌 기업의 수익이 인도 경제에 실질적으로 환원되도록 하려는 정책적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 역시 중대한 전략적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국내 통신 기업은 LEO의 위협에 대응하기보다는 AI와 6G 기술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 자립과 네트워크 주권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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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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