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축제 만두 퀄리티 봐, 미쳤다"
"2시간 줄 선 떡볶이인데 정말 맛있다"
지난 주말(24~26일), 전국 각지에서 열린 가을 먹거리 축제가 젊은 세대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났다. 과거 '아재 감성'과 '지역 어르신 잔치'로 불리던 축제가 이제는 밀레니엄+Z(MZ)세대의 '참여형 콘텐츠'로 변모하고 있다.
원주 만두축제, 대구 떡볶이축제, 김천 김밥축제, 전주 비빔밥축제, 전남 세계김밥페스티벌, 서울 바비큐페스타 등은 같은 후기와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궜다.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27일 여론분석업체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지역축제' 언급량은 17.11% 증가했다. '김밥축제' 언급량은 183.25% 늘었고, '만두축제'와 '떡볶이축제'는 각각 78.56%, 1591.18% 폭증했다. 이는 매년 반복돼온 축제가 올해 들어 새롭게 '바이럴'된 흐름을 보여준다.

SNS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현장감 넘치는 후기들이 실시간으로 퍼져나갔다. 젊은 세대가 올린 한 줄 후기와 사진, 짧은 영상이 빠르게 확산하며 축제의 열기를 온라인으로 이어갔다.
축제장의 분위기를 전한 사진과 영상은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쇼츠를 가득 채웠다. 짧은 문장 한 줄과 함께 올라온 사진들이 축제를 '현장'이 아닌 '콘텐츠'로 바꿔놨다. 이제 지역 축제는 직접 가서 먹고 즐기는 자리를 넘어, 누구나 찍고 올릴 수 있는 '바이럴 무대'로 진화하고 있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새로운 게시물이 계속 올라오며, '다녀온 후기'가 또 다른 방문을 부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한 작성자는 엑스(X·옛 트위터)에 "원주 만두축제, 온 가족이 흩어져 줄 서고 박살내고 왔다"는 글을 남겼고, 이 게시물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또 다른 누리꾼은 "원주 만두축제 다녀왔는데 사람이 진짜 많았다"며 "새우 딤섬 만두 먹고 싶어서 1시간 반 기다렸는데 정말 맛있고 퀄리티도 좋았다"고 전했다.
이에 다른 이용자들도 "여기 가려다 이천이 더 가까워서 쌀축제 다녀왔다. 내년엔 만두축제 꼭 간다", "이번 주 한반도 왜 이렇게 맛있어진 거냐", "김천 김밥축제 못 갔는데 내년엔 가고 싶다", "만두 사진 보니 너무 맛있겠다" 등 열띤 반응을 보였다.
원주시는 올해 만두축제 방문객이 지난해 50만 명을 넘어, 약 660억원의 경제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큰 인기를 끈 김천 김밥축제는 올해도 '핫플' 반열에 올랐다. 유튜브에 올라온 '김천 김밥축제' 관련 영상들은 조회수 수십만 회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고, 실시간으로 올라온 김밥축제 후기와 김밥 퀄리티, 인파 현장, 줄지어 선 차량 사진 등이 잇따라 확산하며 열기가 더해졌다.
지난 25~26일 이틀간 김천 직지문화공원과 사명대사공원 일원에서 열린 제2회 김천 김밥축제에는 첫날 8만 명, 둘째 날 7만 명 등 이틀 동안 총 15만 명이 다녀갔다.
대구에서 열린 '떡볶이 페스티벌'도 SNS를 타고 입소문이 퍼지며 인산인해였다. 한 방문객은 "축제에서 떡볶이를 배불리 먹었다. 진짜 사람 많더라"며 "여럿이 많이 사서 나눠 먹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엄마랑 대구 떡볶이축제 다녀왔는데 사람 정말 미어터졌다"며 "막창 떡볶이 먹었는데 진짜 너무 맛있었다. 자리가 없어 길바닥에 앉아 먹었다"고 했다.
대구 북구에 따르면 사흘간(24~26일) 27만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지난해(13만 명)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북구청은 몰려드는 인파에 대비해 좌석을 전년보다 1000석 늘린 2700석을 마련했지만, 앉을 자리가 모자라 일부 시민들은 연석에 걸터앉아 떡볶이를 즐겼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후기를 종합하면 "젊은 사람이 정말 많고 분위기가 뜨거웠다"는 평가가 공통적으로 이어졌다.

전주의 상징인 '2025 전주비빔밥축제'는 24일부터 26일까지 전주월드컵경기장 일원에서 10만 명이 참여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SNS에는 "비빔밥 축제 그냥 비빔밥 맛있겠다는 생각으로 갔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인스타 계정에 정보가 잘 정리돼 있고 현장도 젊은 감각이었다"는 후기들이 이어졌다.
전주시는 "이번 축제는 가족·중장년 중심이던 기존 틀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가 자발적으로 홍보하는 바이럴 형 축제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들도 이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지난주 열린 주요 축제 현장에는 해시태그 이벤트, QR코드 결제 시스템, 캐릭터 키링과 같은 굿즈, 유행 밈(meme)을 활용한 홍보 등이 등장했다. 현장 분위기를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기 좋은 포토존을 확대하고, 인증샷을 올리면 즉석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필수적으로 등장했다.
즉, 과거 부모 세대가 중심이던 지역 축제가 이제는 SNS와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젊은 세대의 문화 코드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구세대만 참석하는 이미지가 짙었던 지역 축제가, 이제는 SNS에서 젊은 세대의 입소문을 타며 활성화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MZ세대는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자라난 세대로, 자신이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유하고 차별화하려는 문화에 익숙하다.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고, 그걸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전하는 과정에서 축제가 자연스럽게 알려지고 확산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소위 청년층만을 대상으로 축제를 열자는 뜻은 아니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세대의 특성을 고려해 홍보 타깃을 정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층이 올린 게시물과 후기들이 다른 세대로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지역 전체가 함께 활성화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지역 축제 관계자는 "요즘은 인스타그램 이벤트나 귀여운 캐릭터, 유행 밈이 빠지면 젊은 층이 관심을 안 가진다"며 "이제 축제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먹은 인증샷'을 남겼느냐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SNS형 홍보가 지역 축제의 새로운 공식이 되고 있다"며 "젊은 세대의 감성을 읽고, 그들의 손에서 자연스럽게 퍼져나가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귀띔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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