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통령은 “미국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국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하는 수준이어선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지난 24일 미국과 마지막 대면 협상을 벌이고 귀국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한두 가지 쟁점을 빼고 해결됐다”고 말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이 대통령 인터뷰는 24일 이뤄졌기 때문에 김 실장 및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협상 결과를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외교가에서는 “유럽연합(EU)의 (대미) 협상에서 배울 것이 있다”는 이 대통령 발언을 주목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상 전문가는 “정부가 직접 현금을 대는 일본식 대미 투자와 민간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돕는 EU식 대미 투자는 180도 다르다”며 “대통령이 정부가 현금을 약속한 뒤 금액을 깎는 방식의 (일본식) 협상이 문제라는 인식을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정부가 만일 EU식 협상을 미국 측에 제안한다면 협상 방향이 바뀌면서 타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한국에 일본식 대미 투자 양해각서(MOU) 체결을 강요하는 미국이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마지막까지 실무진 차원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단계”라며 “현재로선 ‘극적 타결’과 ‘부분합의’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 통상 전문가들은 협상이 APEC 정상회의를 넘기면 한국에 불리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EU 및 일본 외 국가와의 ‘일괄 타결’을 성과로 내세우려 하기 때문에 APEC 이후엔 태도가 급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정 한국국제통상학회장(서강대 교수)은 “미국으로선 한국보다 중국과의 협상이 우선”이라며 “만일 중국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어느 정도 양보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한국은 시점을 놓친다면 미국이 추후 협상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에 제재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 이 대통령은 “미국과 협력했다는 이유로 제재받는 건 매우 유감스럽고,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계속될 수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은) 미국을 중시하면서도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처지를 “맷돌 사이에 낀 형국이고, 중국과 미국이 팔을 한쪽씩 잡아당기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이라고도 표현했다.
김대훈/한재영/김리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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