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면 대북 제재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으로부터 김 위원장과 만나게 되면 미국이 제시할 수 있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에게는 제재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는 (논의를) 시작하기에는 꽤 큰 사안”이라며 “아마 이보다 더 큰 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 북미 정상회담 의제로 대북 제재를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순방에 나서기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해왔는데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때 미국과 협상에 나선 북한의 주요 목표는 제재 완화였다. 하지만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협상이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에 와서 북한은 대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비핵화 포기’를 제시하고 있다. 미국 측은 처음엔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내놓다가, 최근 들어서는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 욕구를 의식한 듯 이번 아시아 순방을 시작하면서도 북한을 다시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라고 부르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객관적 현실 자체는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재 완화 가능성이 북한의 구미를 당기지 못할 가능성도 지적된다. 대북 제재는 트럼프 1기 때도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 때문에 북한이 우회할 틈이 많았는데 지금은 일각에서 제재 무용론을 거론할 정도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지원하는 대가로 식량과 에너지 등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으며, 최근 몇 년에는 가상화폐 탈취로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조달해오면서 과거처럼 제재 완화에 매달리지 않는 모습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9월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추억을 갖고 있으며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면 만날 수 있다면서도 "제재 풀기에 집착하여 적수국들과 그 무엇을 맞바꾸는 것과 같은 협상 따위는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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