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빛 머금은 법기수원지"

불보사찰, 통도사를 가다
부처의 몸, 즉 ‘불(佛)’을 상징하는 통도사는 다른 사찰들처럼 불상을 모시지 않는다. 대웅전에 오르면 으레 눈이 마주치는 삼신불 대신 가로로 긴 창이 거울처럼 중생을 비춘다. 그 너머에는 석가모니의 사리를 봉안한 금강계단, 통도사에서 가장 신성한 공간으로 부처 자체를 의미한다.

대한민국 방방곡곡의 사찰들은 이 땅에서 벌어진 큰 전란 속에서 소실과 복원을 반복했다. 특히 남과 북을 갈라놓은 6·25전쟁의 화마를 피하지 못한 사찰이 부지기수다. 양산 영축산 자락에 자리한 통도사는 그런 의미에서 기적의 사찰로도 불린다. 부산으로 향하는 낙동강 전선에서 한참 떨어진 덕분에 전쟁의 불길을 피한 것이다.

당시 스님들과 지역 주민이 합심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을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경계하고 기도했다는 이야기도 널리 전해진다. 조용히 눈을 감고 천년고찰에서의 시간을 음미한다. 못난 주인을 만나 고생인 몸과 정신을 꺼내어 씻어낸다. 지키려고 하는 정성 없이 온전하기를 어찌 바랄까. 무겁게만 느껴졌던 일상의 무게가 소중하다.
거인의 숲 같은 법기수원지
상수원보호구역 등의 이유로 오랜 시간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했던 법기수원지는 지난 2011년, 비밀스럽게 간직했던 비경을 풀어냈다. 전체 68만㎡ 중 약 2만㎡의 수림지 일부를 일반인에게 개방한 것이다. 백여 년의 역사를 지닌 수원지는 현재도 7000여 가구에 식수를 공급하는 상수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댐 마루에 오르는 124개의 하늘계단을 만나기 전, 사람들은 길 양옆에 숲을 이루는 큰 나무에게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높이 30~40m에 이르는 개잎갈나무(히말라야시다), 편백·측백나무는 하늘을 가릴 듯 당당해 그 위세가 감탄을 일으킨다.

댐 마루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취수탑과 ‘7형제 반송’으로 불리는 7그루의 반송이 서로 적당한 간격을 두고 수원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수원지 조성 당시 옮겨 심은 반송은 현재 수령 140년에 이른다. 안타깝게도 7형제 중 한 그루가 고사 위기에 처해 다시 건강을 찾는 조처에 들어갔다고.

영원한 생명력, 채화를 만나다
양산 매곡동에는 우리나라에 딱 하나뿐인 한국궁중꽃박물관이 자리한다. 우아한 격조가 느껴지는 박물관은 약 10년에 걸쳐 중심 건물인 수로재, 비해당 등의 한옥을 완공했다. 솟을대문 정면에 자리한 수로재는 ‘채(가)화는 이런 것이다’ 정의하듯 화려하고 품위 있는 채화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채화는 자연의 꽃을 본떠 만든 전통 장식 공예를 뜻한다. 궁중에도 살아 있는 꽃을 볼 수 있었지만, 살아 있는 생화로 장식하는 일은 금기시되었다. 불교사상의 영향은 물론 왕가의 영원성까지 채화에 담은 것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명맥이 끊어질 뻔한 채화는 황수로 궁중채화장(국가중요무형문화재)의 집념과 노고 덕분에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단, 송화, 밀랍, 한지, 열매, 뿌리 등은 채화의 주재료다. 자연에서 추출한 염료로 꽃잎을 염색하고, 꽃가루에는 송홧가루를 묻히고 꿀도 바른다. 채화와 하모니를 이루는 벌과 새도 밀랍으로 몸통을 만든다. 덕분에 어떤 면에서 채화는 생화에 버금가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예술적 작품으로서 그 가치가 발현되는 까닭일 것이다. 다시 만난 채화의 세계, 그 감동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숲애서, 심신치유하세요
지난 2021년 양산 대운산 깊은 숲에 항노화 힐링서비스 체험관인 ‘숲애서’가 문을 열었다. 숲애서는 크게 치유·비움·머묾·채움동으로 공간을 구성해 당일·숙박·테마별 유익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2층 공간은 신체치유실, 테라피실, 운동치유실, 심신치유실, 다목적실 등을 갖추고 있다. 스트레스 측정부터 세미나, 교육도 이뤄지고 건식수압기기를 이용해 흥미로운 테라피 체험도 이뤄진다. 이밖에도 반신욕, 요가, 댄스, 명상, 잔디광장이 펼쳐지는 옥상힐링정원, 산림치유사와 함께 숲치유길을 걸으며 자연 속에서 심신을 정화하는 온전한 기쁨을 누린다.
정상미 기자 vivi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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