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선 국내 주택 임대차 시장의 월세 재편이 가속하자 한국을 '황금 투자처'로 삼으려는 외국계 투자자본만 웃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부동산 개발업계에 따르면 세계 3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서울 강동구 '지웰홈스라이프강동'(133실)을 시작으로 길동(104실), 금천구 독산동(195실), 성북구 안암동(60실) 등에서 오피스텔을 매입하고 국내 업체들과 함께 임대주택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 사모펀드들도 한국 임대주택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미국의 KKR은 홍콩계 부동산 회사 '위브 리빙'과 함께 영등포구 양평동 호텔을 사들여 고급 레지던스(157실)로 꾸몄고 동대문구 휘경동에서도 오피스텔(98실)을 사들였다. 영국계 사모 펀드(PEF) 운용사 ICG는 서울 중구 명동 소재 호텔과 수원 호텔, 금천구 가산동 오피스텔 등을 매입했다.
미국 부동산 기업 하인즈도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106실 규모 오피스텔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도 금천구 독산동 78실 규모 임대주택을 사들이며 국내 임대주택 시장에 뛰어들었다. 캐나다연금위원회(CPPIB)도 국내 디벨로퍼 MGRV와 손잡고 5000억원 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외국계 투자자본들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다. 호주에서 임대주택 3만5000가구를 운영 중인 '더리빙컴퍼니'는 지난 8월 서울 사무소를 차리면서 한국 진출을 선언했고, 글로벌 자산운용사 M&G리얼에스테이트, 티시먼, 블랙스톤 등도 국내 주거용 오피스 투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들 외국계 자본이 확보한 국내 임대주택 물량이 이미 1만실을 넘은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 자본이 한국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수익률에 있다. 정부의 정책으로 전세가 소멸 수순에 들어가며 월세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데다, 아직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RIR)이 OECD 평균보다 낮아 추가 인상 여력도 크다는 평가다.
정부는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90%에서 80%로 낮추고,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하면서 갭투자형 전세 공급을 차단했다. 10·15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주택 구입 시 실거주 의무를 부과했다.
이는 갭투자를 막기 위한 조치이지만, 결과적으로 전세 공급을 줄이면서 월세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8월 전국 주택 월세 비중은 62.2%로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특히 전세 보증금이 큰 서울의 경우 월세 거래 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높다. 서울의 2025년 1~8월 누계 기준 전체주택 월세 비중은 64.1%로, 2023년 56.6%, 2024년 60%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세 공급이 급감하고 대출 문턱은 높아지면서 세입자들이 반전세와 월세로 밀려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월세 부담도 치솟는 추세다. 최근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는 수도권 아파트 월세 상승률이 올해 9월 기준 누적 6.27%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다. 서울 월세 상승률은 7.25%로, 같은 기간 전세 상승률(2.08%)의 세 배가 넘었다.
국내 서민들의 늘어나는 주거비 부담을 외국계 투자자들은 투자 기회로 보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CBRE에 따르면 서울 공동주택 임대 수익률은 4.5~5.5%로 도쿄의 두 배 수준이다. 중심부 일부 물건은 6%를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또 한국의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RIR)은 15.8%로 OECD 평균(21.8%)보다 낮아, 임대료 인상 여력이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몰도르 인텔리전스는 한국 주거용 부동산 시장이 2030년까지 437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원화 약세로 인한 환차익 기대감도 더해진다.
외국계 자본이 자금력과 운영 노하우를 앞세워 국내 임대주택 시장을 장악하면서 서민 주거비 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와 전세 기피, 코리빙에 대한 선호 증가로 임대 시장에서 외국계 자본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이들은 운용 기간 내 내부 수익률을 달성해야 하기에 임대사업자 등록 없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운용하면서 시장 시세를 빠르게 반영해 임차인들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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