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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버티기와 합리적 요구 병행한 줄다리기 전략 주효"

입력 2025-10-29 23:19   수정 2025-10-30 01:52


29일 ‘극적 타결’에 도달한 한·미 관세 협상 과정은 험난함의 연속이었다. 한국은 미국이 25%의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8월 1일을 하루 앞둔 7월 30일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협상단을 백악관으로 불러 3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약속받았다. 그러나 세부사항을 둘러싼 이견으로 8월 7일 상호관세만 15%로 낮췄고 자동차 관세는 25%로 유지됐다.

8월 25일 1차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대미 투자를 둘러싼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고 실무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한국은 현금 투자를 전체의 5% 이내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보증과 대출로 채우려 했지만, 미국은 ‘전액 현금 투자’를 고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500억달러는 선불’이라고 압박했다.

교착 상태는 10월 들어 풀리기 시작했다. 미국 측이 ‘한국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전액 현금은 불가능하다’는 한국 측 요구를 받아들이면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0월 중순과 22일 두 차례 워싱턴DC를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협상했다. 김 실장은 귀국 후 “핵심 쟁점에서 양국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면서도 “한두 가지 쟁점 빼곤 합의가 진행되는 단계”라고 했다.

양국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협상을 타결짓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김 장관은 마지막 대면 만남인 22일 이후에도 러트닉 장관과 두 차례 화상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좀처럼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다. 정상회담 전날까지도 ‘APEC 계기 타결은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분위기는 29일 회담에서 반전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예정보다 27분 긴 87분간 회담하며 직접 난제를 푼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직후 APEC 특별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합의를 이뤘다. 무역협상이 거의 타결됐다”고 언급했다.

김 실장은 브리핑에서 “지난 7월 30일 이후 100여일간 23차례 장관급 회담과 셀 수 없는 수차례 실무협의 끝에 모든 쟁점에서 합의에 도달했다”고 했다. 협상 과정에 대해선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상세하게 말씀드리겠지만, 어제 저녁까지도 전망이 밝지 않았고 당일에 급진전됐다”고 전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해 ‘대체로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허정 한국국제통상학회장(서강대 교수)은 “한·미가 각각 양보한 부분이 있는 잘한 협상”이라고 했다. 미국은 투자 기한을 늘려줬고, 한국은 현금 투자 비중을 5% 선에서 57%(2000억달러)까지 양보했다는 것이다. 그는 “막판까지 ‘노딜’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끝까지 버티기에 성공해 타결에 이른 점이 고무적”이라며 “외환 안전장치에 대한 집요한 요구가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투자 실패에 대해) 미국은 법적·재정적 책임이 없다는 점은 일본의 대미 투자펀드와 같지만, 한국이 손실 발생 시 조정 가능한 구조를 만든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그는 “일본은 정치적 계산으로 미국의 요구를 쉽게 수용한 반면 한국은 버티기와 외환시장 안전장치에 대한 합리적 요구를 병행하는 줄다리기 전략을 폈다”고 평가했다.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통상연구원장은 “교착 장기화를 막은 건 성과지만 연 최대 200억달러가 왜 외환시장에 덜 부담이 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허 교수는 “국내 기업들의 연 100억달러 대미 투자에 더해 200억달러의 현금 투자가 이뤄진다면 한국은 본격적인 ‘고환율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며 “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더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주=하지은/김대훈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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