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자사의 최신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을 미국 애리조나주 TSMC 공장에서 본격 생산하기 시작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8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그래픽스 테크놀로지 콘퍼런스(GTC)에서 이처럼 밝혔다. 황 CE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블랙웰 GPU가 이제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전면적으로 생산되고 있다”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개월 전 ‘제조를 미국으로 되돌려 달라’고 요청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 안보를 위해, 일자리를 위해, 그리고 경제의 한 축을 위해 제조를 미국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대통령의 요청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의 주요 GPU 생산은 그동안 대만 TSMC 공장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이달 초 엔비디아와 TSMC는 애리조나 피닉스에 위치한 공장에서 첫 블랙웰 웨이퍼가 생산됐다고 발표했다.
웨이퍼는 반도체 회로를 새겨 넣는 기초 소재다. 엔비디아는 향후 블랙웰 기반 시스템 조립도 미국 내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5% 가까이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전날보다 4.98% 오른 201.03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한 때는 203.15달러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으며, 종가 기준으로도 상장 이래 최고가 기록을 썼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4조8850억달러를 기록해 머지않아 5조달러 돌파도 눈앞에 두게 됐다.
이번 회의 장소가 워싱턴으로 정해진 것도 상징적이다. 황 CEO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엔비디아가 미국 기술 생태계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자리”라며 “GTC를 워싱턴으로 옮긴 이유는 대통령이 참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아시아 순방 중이지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9일 황 CEO와 회동할 예정이다.
황 CEO는 이날 핀란드의 노키아와 5G·6G 통신장비 분야 협력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노키아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AI 기반 기지국 장비 공동개발에 나선다. 그는 “현재 전 세계 통신망은 외국 기술 위에 구축돼 있다”며 “미국 기술 기반으로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키아는 엔비디아의 ‘ARC’라는 신제품을 차세대 기지국에 탑재할 예정이다. ARC는 엔비디아의 ‘그레이스’ GPU, 블랙웰 GPU, 네트워킹 부품을 결합한 시스템이다. 차세대 6G 네트워크를 통해 로봇 제어, 정밀 기상예보 등 새로운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엔비디아는 미국 수출제한 조치로 중국 시장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미 정부는 올해 4월 엔비디아의 H20 칩이 중국으로 수출되려면 별도 허가가 필요하다고 통보했으며, 이로 인해 약 105억 달러 규모의 매출이 무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7월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미국 이익을 위해서라도 엔비디아 칩의 중국 수출이 필요하다”고 설득했지만, 미 정부는 허가 승인 조건으로 중국 매출의 15%를 정부에 납부하도록 했다.
황 CEO는 최근 한 회의에서 “엔비디아는 현재 중국 시장에서 100% 철수 상태”라며 “블랙엘 기반의 중국 전용 신제품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엔비디아는 미국의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혁신의 미래를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술인 ‘NVQ링크’를 발표했다. 이는 양자칩을 엔비디아 GPU에 연결해 오류를 보정하고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향후 17개 양자컴퓨팅 스타트업이 NVQ링크와 호환되는 하드웨어를 개발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미국 에너지부와 협력해 7개의 신규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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