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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섭 회장, 고무신서 우주탐사 부츠까지…"K신발 100년 역사 담았죠"

입력 2025-10-30 17:56   수정 2025-10-30 23:41

국내 신발산업이 태동한 것은 1919년이다. 일본에서 배운 기술을 바탕으로 대륙고무공업사가 서울에, 평양고무가 평양에 세워졌다. 짚신과 미투리를 대체하는 검정 고무신 생산이 이때부터 본격화했다. 한국신발산업협회가 최근 펴낸 <한국신발산업 100년사>의 앞머리에 담긴 내용이다. 국내 신발산업의 발자취를 엮은 책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발행인인 문창섭 한국신발산업협회 회장(삼덕통상 회장·사진)은 30일 “이번에 펴낸 100년사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산업의 정체성과 미래를 성찰하는 이정표이자 소중한 증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신발산업이 1970년대 세계 3대 신발 수출국이라는 성과를 일궜고, 1980년대에는 수출에서 다른 산업을 압도할 정도로 번창했는데도 그동안 제대로 된 기록이 없어 늘 마음 한구석에 걸렸다”며 “후세를 위한 교과서를 반드시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약 2년간 각종 자료를 모아 책을 편찬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2025 범한국신발인대회’에서 <한국신발산업 100년사> 출간 기념식도 함께 열렸다. 725쪽 분량 책에는 일제강점기의 전북 군산 경성고무 공장 사진을 비롯해 1970년대 유행한 말표 신발(태화고무) 광고판 등 다양한 사료가 담겨 있다. 문 회장은 “신발산업은 1970년대 종합상사로 지정된 12개 기업 중 2개가 신발 기업일 정도로 위상이 컸다”며 “나이키가 주요 생산 파트너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이후 국내 신발산업이 글로벌 신발산업의 분업체계에 편입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회고했다.

신발업계의 1.5세대로 꼽히는 문 회장은 20대 후반인 1979년 부산 진양화학에 입사한 이후 40여 년간 이 길을 걷고 있다. 삼덕통상을 창업한 건 1997년 외환위기 때다. 신발제조업계 5위권인 삼덕통상은 K2, 블랙야크 등에 등산화 트레킹화 등을 공급한다. 베트남에 5000명이 근무하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문 회장은 개성공단 개척의 주역이기도 하다. 당시 북한 근로자 3200명을 고용한 삼덕통상은 개성공단 진출 기업 중 공장이 가장 컸다. 북한 당국을 설득해 개성공단 입주 기업 중 유일하게 북한 근로자 30명을 중국 칭다오 삼덕통상 공장에서 연수 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600명이 씻을 수 있는 대규모 목욕탕을 지어 모범 사례로 호평받기도 했다. 그는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망할 뻔한 어려움을 겪었는데도 머릿속에서 개성공단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며 “공단이 다시 문을 열면 무조건 들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국내 신발업체는 2022년 기준 324개(종업원 10인 이상)다. 2013년의 537개에 비해 40% 정도 줄었다. 수는 줄었지만 신발산업은 첨단화하는 추세다. 각종 기능성 신발은 물론 초극저온 환경의 우주나 극지 탐사용 신발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문 회장은 “부산을 거점으로 성장한 신발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며 “검정 고무신에서 출발한 신발산업은 첨단 소재 개발을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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