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대미 투자펀드의 가장 큰 특징은 지분 투자에 일정 부분 원리금을 보장받는 대출의 성격을 섞은 점이다. 중순위 채권(메자닌) 또는 하이브리드채권의 성격이 짙다. 전날 정부가 현금 투자안을 ‘투자’라고 설명하면서 ‘현금 직접투자’인지 ‘대출’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은 이유다.
여기에 투자 기간(20년) 내 원리금을 전액 상환받지 못하면 수익 배분 비율(5 대 5)을 재조정하는 조항(리픽싱)이 포함됐다. 리픽싱은 주로 벤처캐피털이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넣는 손실 위험 방지 조항이다. 투자금 회수를 위한 기업공개(IPO) 등이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지분율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외화보유액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한국과 최대한 많은 현금 투자를 받아내려는 미국의 이해관계를 동시에 만족하기 위해 짜낸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모(母)펀드가 여러 개 투자사업 펀드를 거느리는 엄브렐러 특수목적회사(SPC)도 원리금을 최대한 보장받기 위해 우리 정부가 고안한 장치다. 한·미 양국은 한국이 투자 원리금을 상환받을 때까지는 수익을 5 대 5로 나누고 이후부터는 미국이 9, 한국이 1을 가져가기로 합의했다.
만약 대미 투자펀드가 A, B, C사업에 각각 투자해 A, B는 성공하고 C는 실패하면 A와 B사업은 원리금을 회수한 뒤부터 수익배분율이 9 대 1로 전환한다. C는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로 유지된다. 이에 비해 A~C사업이 하나의 모펀드 아래 있는 엄브렐러 SPC 방식은 A, B사업 수익으로 C사업 원리금을 모두 채울 때까지 5 대 5의 수익배분율이 유지된다.
원리금 상환이 끝나면 미국이 수익의 90%를 갖고 한국 몫은 10%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한국이 떠안는 위험에 비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간 협상이 아니면 나오기 어려운 ‘고위험 저수익’ 투자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통상 전문가는 “미국이 관세를 낮춰주는 대가로 시장 상식과 어긋나는 투자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넣은 것은 우리 정부의 성과”라고 말했다.
정영효/김익환/강진규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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