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 2역'까지 해가며 수십명의 여성들을 협박해 성폭행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2022년께부터 3년여 동안 여성 수십명을 협박해 성폭행한 혐의로 30대 박모씨를 지난 17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박씨와 피해자들의 불편한 만남은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박씨에게 연락처를 넘겨준 게 시작이 됐다.
피해자들은 박씨의 집요한 직거래 요구에 부담을 느껴 연락을 끊었고, 이후 박씨의 전 여자친구라고 주장하는 A씨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A씨는 "박씨가 당신을 성희롱했다"면서 "나도 박씨에게 성폭행당한 적이 있다. 함께 복수하자"고 제안했다.
A씨 주장을 믿고 화가 난 피해자들은 '박씨를 협박하라'는 A씨의 지시에 따라 박씨가 나체 상태로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영상을 받아냈다.
이후 피해자들은 박씨의 연락을 받았다. 그는 "내가 당한 불법 촬영과 협박 피해를 경찰에 신고하겠다"면서 "먼저 만나서 해결해보자"고 압박했고, 두려움과 죄책감을 느낀 피해자들은 박씨와 만나 성폭행당했다.
경찰은 지난해 한 피해자의 고소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고, 박씨가 1인 2역으로 전 연인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과 연락해 협박을 유도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물론 A씨는 실존 인물이 아니었다.
경찰은 박씨가 여성 100여명에게 같은 수법으로 연락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범행한 정황을 발견했지만, 경찰에 피해 사실을 진술한 여성은 20∼30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성 착취물 제작 및 강간 등), 아동복지법 위반(음행 강요·매매·성희롱), 강간, 협박 등 10여개에 이른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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