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붐’이 부른 전력난 때문에 미국에서 천연가스 발전소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미국 ‘셰일가스의 대부’로 불리는 해럴드 햄 콘티넨털리소시스 명예회장(사진)은 31일 부산 기장읍 아난티앳부산코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구글과 메타 등 AI 기업은 데이터센터에 가장 효율적인 발전원을 천연가스로 꼽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풍력·태양광발전과 달리 원하는 시점에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데다 에너지 가격 역시 저렴해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는 AI 데이터센터에 적합하다는 의미다.
햄 회장은 셰일 암반층의 오일과 가스를 캐내는 데 성공한 미국 셰일가스의 선구자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 책사로 불릴 정도로 천연가스업계에서 영향력이 크다.
햄 회장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아시아 퍼시픽 LNG 커넥트’ 세션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 세션엔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일본 도쿄가스와 오사카가스, 말레이시아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나스 등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회사의 핵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햄 회장은 천연가스 또는 LNG가 더 이상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사용되는 ‘브리지 연료’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20년 전 LNG는 브리지 연료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지금도 여전히 주요 에너지원”이라며 “대안으로 거론되는 소형모듈원전(SMR)은 최소 5~6년 뒤에나 짓기 시작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용 천연가스발전소 건설 붐이 일고 있다. 메타가 루이지애나주에 짓는 데이터센터에 연 2.25GW(기가와트)의 전력을 공급하는 천연가스발전소 3기가 들어설 예정이고, 펜실베이니아주에선 폐쇄된 석탄화력발전소에 4.5GW 규모 천연가스발전소와 데이터센터가 동시에 들어서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햄 회장은 SK이노베이션 E&S와 추가로 협력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E&S는 2014년 미국 오클라호마 우드퍼드 가스전에 3억60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49.9%(콘티넨털리소시스 지분율 50.1%)를 보유하고 있다. 햄 회장은 “이산화탄소 포집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고 훌륭한 사업 파트너라고 생각한다”며 “수요만 있다면 SK 측과 더 많이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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