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서울 태평로 서울도서관 앞 서울광장. 아이가 엄마 품에서 동화를 읽고, 부부가 함께 책장을 넘기는 사색의 공간이 세계 명문 공연장 부럽지 않은 예술 무대로 변신했다. ‘세계 3대 악단’으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로열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의 단원 4명이 깜짝 등장해 실내악 연주를 들려주면서다. 도심 한복판의 소음을 뚫고 들려오는 우아한 선율에 길을 지나가던 시민들은 하나둘 발길을 멈췄고, 잔디 위에 마련된 빈백 소파에 일찍이 자리 잡은 관객들은 비스듬히 누운 채로 음악을 감상하는 특별한 시간을 만끽했다.
이날 이벤트는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는 로열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의 일환으로, KLM 네덜란드항공과 악단이 기획했다. 2015년 한국인 최초로 로열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에 입단한 바이올리니스트 이재원, 비올리스트 예룬 바우스트라, 첼리스트 클레망 페네, 플루티스트 줄리 물랑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에르뇌 도흐나니 ‘세레나데’, 모차르트의 플루트 사중주 1번 등을 차례로 연주했다. 긴 호흡을 유지하면서도 서로의 색채, 리듬, 표현 변화 하나하나에 긴밀히 반응하는 앙상블은 찬바람 속에서도 견고했다.
공연 말미엔 한국계 네덜란드 뮤지컬 배우 전나영과 함께 한국 민요 ‘아리랑’의 편곡 버전을 들려줘 뜨거운 환호를 끌어냈다. 브라질에서 온 엘리아나(66)는 “한국 여행의 마지막 날인데, 예상치 못한 선물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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