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암묵적인 후원 아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과의 ‘AI 팩토리’ 파트너를 물색해왔다. 유럽의 제조 강국인 독일만 해도 지멘스, 앤시스, 케이던스 등 대표 기업들이 엔비디아와 AI 팩토리 구현을 위해 협업 관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이들에 공급하기로 한 GPU는 약 1만 개에 불과하다. 일본 역시 지난해 11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일본 기업들이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지만, 당시 언급된 규모는 ‘블랙웰 1600개’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한국을 거대한 AI 팩토리 실험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세계에 공표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방위산업, 정밀로봇, 원전 등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제조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한국에서 연산·데이터·모델 중심의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제조공장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숙련 인력이 부족한 미국이 첨단 제조업 강국으로 부활하려면 한국과의 AI 동맹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GPU 26만 개 공급 확약으로 그간 준비해 온 ‘데이터-모델-서비스’ 사이클을 실제 가동 가능한 수준으로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업계 관계자는 “국내엔 대형 은행 몇 곳이 갖고 있는 것을 빼면 GPU를 확보한 기업이 거의 없다”며 “앞으로는 지방 산업단지 내 기업들도 설계·공정·제어에 AI를 실시간으로 적용하는 AX(AI 전환) 프로젝트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피지컬 AI 적용 분야에서는 대형 AI모델 학습·추론용 클러스터 구축, 디지털트윈 기반 제조라인의 실시간 최적화, 자율주행·로봇·스마트팩토리 병합 환경 구축 등이 이전 대비 훨씬 현실화 영역으로 들어올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스타트업이 등장할 것이라는 게 정부와 산업계의 기대다. 그동안 규제 장벽에 가로막혔던 자율주행 분야만 해도 대규모 학습·연산이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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