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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놓친 트럼프의 신호들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입력 2025-11-03 16:57   수정 2025-11-03 17:2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열쇳말이 있다면, ‘레버리지(협상카드)’일 것입니다.”

최근 워싱턴DC의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방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고 압박해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그 자체를 잘 하고 즐긴다는 것이다.

대선 기간 ‘관세 대통령’이 되겠다고 수차례 공언했지만, 2기 정부 관세 정책이 이처럼 무지막지할 것이라는 신호를 읽어낸 이들은 거의 없었다. 2기 정부 출범 후 중국·캐나다·멕시코에 대한 펜타닐·국경 관세를 돌연 선포하며 시작된 관세전쟁은 4월2일 ‘해방의 날’에 정점을 찍었다. 상호적이지 않지만 상호관세라는 이름을 달고 엉터리 수식에 기반해서 세계 각국에 임의의 관세율을 매겼다. 펭귄밖에 살지 않는 허드 맥도널드 제도까지 망라한 관세 대상 국가(지역) 목록은 실제 미국의 무역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글을 올릴 때마다 중국을 향한 관세율이 천정부지로 높아졌다. 7월에는 한국 일본을 시작으로 약 100개국에 관세율을 일방 통지했다. 해방의 날과 마찬가지로, 트리니다드토바고(관세율 15%)와 같이 전혀 비중이 높지 않은 교역국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적힌 편지가 발송됐다. 진짜 타깃을 감추기 위한 소음에 불과한 나라들이다.

호들갑스럽게 시작한 이 관세 전쟁의 목표물은 처음부터 동맹국이었다.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정도다. 그가 틈만 나면 동맹이 제일 나빴다고 한 것은 진심이다. ‘받을 것이 있는 관계’라는 말을 다르게 한 것 뿐이다. 대만도 목록에 추가될 수 있지만, 대만과의 무역협상은 7월 후 아직 진척이 없다. 중국과의 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면 대만과 TSMC에도 청구서가 발송될 것이다. 반도체 관세는 대만 관세 문제와 연동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방에는 각국에서 받아내기로 한 금액을 적은 패널이 한켠에 나란히 늘어서 있다고 한다. 맨 앞엔 한국과 일본의 패널이 놓여 있다. 그들에겐 그 어떤 트로피보다 값진 트로피일 것이다. 특히 이번 아시아 순방은 관세 레버리지의 대가를 챙기는 이벤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저 말 한 두 마디로 수백조원을 즉석에서 벌어들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일단 이런 약속을 받아낸 것을 가지고 이들은 관세정책의 법적 근거를 약화시키면 수백, 수천조원이 날아간다고 법원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높은 관세율도 한 수 물러주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트럼프 스스로 초고세율 관세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하는 마당이다. 그런 점에서 ‘TACO(트럼프는 언제나 한발 물러난다)’는 트럼프 레버리지의 본질이다. 어차피 일회용 수단에 불과하므로, 법적 안정성이나 의회의 반대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인 성격은 가치와 이념을 기치로 삼아 온 동맹관계와 잘 들어맞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궁극적으로는 중국(및 러시아)과 세계를 나눠 통치한다는 구상에 기울어 있는 듯이 보인다. 그가 1일 SNS에서 미중정상회담을 ‘G2(주요 2개국) 회동’으로 표현한 것은 상징적이다. 미국의 대중 견제정책의 지속성과 안정성도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9개월 간 트럼프 정부의 움직임은 혼란스럽고 비상식적으로 보일 때가 많았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상당 부분은 소음에 불과했다. 과장되고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트럼프 정부의 진짜 목표에 대한 신호를 읽어내는 데 보다 집중해야 할 때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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