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는 대용량 저장장치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1956년 개발돼 초창기 PC부터 사용돼 온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다른 하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 기업들이 주도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다.
노트북, 휴대용 저장장치 등 전방 정보기술(IT) 산업에서 자취를 감추던 HDD가 부활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으로 대용량 저장장치 수요가 급증하면서다.3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HDD 업체 웨스턴디지털은 지난달 전 제품 가격을 즉각 인상한다고 고객사에 통보했다. 배송 기간이 6~10주로 늘어나는 등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HDD 기업들이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수요 대비 HDD 공급 부족량이 10%에 이르는 등 품귀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DD는 SSD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발열 및 소음이 크다. 반도체 기반의 SSD와 달리 원판 형태의 디스크를 빠르게 돌려 자기장으로 데이터를 읽고 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빅테크가 주문을 늘리는 이유는 SSD에 비해 가격(동일 용량 대비)이 5~8배가량 저렴하기 때문이다. 가성비 측면에선 HDD를 따라올 제품이 없다는 얘기다.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하려면 방대한 데이터 저장용량이 필요하다. MS가 운영하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수천만 대가 들어간다.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다른 빅테크까지 합하면 최소 수억 대의 HDD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르인텔리전스에 따르면 AI 인프라 투자 붐에 힘입어 글로벌 HDD 시장은 올해 488억달러(약 69조원)에서 2030년 645억달러(약 91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HDD 기업들도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글로벌 HDD 시장은 미국 웨스턴디지털(올 2분기 점유율 42%), 미국 시게이트(41%), 일본 도시바(17%) 등 3사가 나눠 먹고 있는 과점 시장이다.
모건스탠리는 1·2위 업체인 웨스턴디지털과 시게이트의 순이익이 2028년까지 연평균 35% 증가하고 총마진율이 45%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가도 급등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웨스턴디지털 주가는 연초 46달러에서 124.92달러(10월 28일 종가)로 세 배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시게이트 주가도 86달러에서 223달러로 160% 상승했다. 웨스턴디지털과 시게이트 시가총액은 각각 61조원, 68조원으로 커졌다.
현재 HDD는 데이터센터 저장장치 시장의 80~90%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장기적으로 SSD 가격이 내려오며 HDD를 밀어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HDD 품귀가 장기화되자 이참에 저장장치를 eSSD로 바꾸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HDD의 가성비가 압도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에 2028년까지도 전체 데이터센터 저장용량의 80%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HDD 업계는 제품의 집적도를 높이는 등 가성비를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존 HDD 대비 용량을 최대 5배 늘릴 수 있는 열보조자기기록(HAMR) 기술이 대표적이다. HAMR 기술은 HDD 디스크를 레이저로 가열해 기록 밀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웨스턴디지털은 2016년 SSD 업체 샌디스크를 160억달러(약 21조원)에 인수하는 등 SSD로 영역도 확장했다. 인수 이후 웨스턴디지털은 샌디스크를 분할·상장했다. 샌디스크 주가는 올 들어서만 5배 가까이 오르며 시가총액이 257억달러(약 33조8000억원)로 불어났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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