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 가격이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계절적 요인에 따른 ‘업토버(Up+October)’ 기대감은 무산됐고, 글로벌 무역 갈등과 금리 인하 등 복합적인 변수들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다가오는 연말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추가 금리 인하 여부와 알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등 주요 요인을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4일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1억7000만원 아래로 내려섰다. 지난 8일 1억7800만원대까지 올랐지만, 15일 이후 1억6000만원대로 하락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은 11만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통상 10월은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현상을 업토버로 부른다. 비트코인은 지난 10년 중 10월에 9번 상승 마감했을 정도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초만 해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미국 연방정부의 업무가 일시 정지(셧다운)되자 달러 가치 하락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금(金)과 함께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으로도 향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지난달 6일 역대 최고가(12만6200달러)를 기록한 뒤 가격이 후퇴했다. 올해는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업토버 현상이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다만 10월의 하락에도 비트코인의 연초 대비 가치는 여전히 16% 이상 오른 상태다.
글로벌 무역 갈등이 재점화된 것도 발목을 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세 전쟁 재개 의사를 내비치자 비트코인 가격은 11만달러 아래로 밀렸고, 이더리움·엑스알피(옛 리플)·솔라나 등 주요 알트코인도 동반 하락했다. 여기에 미국 지역은행의 부실 대출 문제 등 금융 불안이 겹치며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
다만 지난달 말 미·중 정상회담 이후 갈등이 완화되면서 가격은 안정세를 되찾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미국의 대중 관세 10%포인트 인하,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유예, 미국산 농산물 구매 확대 등에 합의했다. 이로써 글로벌 위험자산 시장 전반에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다.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당분간 비트코인은 11만달러를 중심으로 등락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 부담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으로 인플레이션이 2022년 중반 정점 대비 크게 낮아졌지만, 여전히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관세 인상이 일부 품목 가격을 끌어올렸으나 일시적 충격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이후 기관들의 관심이 급증하며 이들 자산을 직접 보유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씨티은행은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으로서 기관 수요가 탄탄하다”며 “연말에는 13만2000달러, 1년 뒤에는 18만10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제프리 켄드릭 스탠다드차타드(SC) 애널리스트는 “미·중 갈등 완화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며 “특별한 악재가 없다면 비트코인이 다시 10만달러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반에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의 하락세는 일시적 조정에 불과하다”며 “연말 ‘산타랠리’를 앞둔 저가 매수 기회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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