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는 이날 노보노디스크가 외국의 거대 기업임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주의 무역 기조에 편승하는 동시에 외국 기업이 미국 신생기업을 인수해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을 저해한다는 논리를 펴기 위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화이자는 이날 소장에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인용해 “덴마크 왕국에 분명히 썩은 것이 있다”는 감정 섞인 문장까지 명시했다. 또 “노보노디스크가 멧세라의 이사회 및 주요 투자자들에게 뇌물을 제공해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고 시장 판도를 바꿀 제품이 최대한 오랫동안 시장에 나오지 못하도록 막으려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예상을 뛰어넘은 화이자의 강공에 노보노디스크와 멧세라 모두 “소송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며 즉각 반발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이 분야(GLP-1)는 주요 제약사들이 최소 12개 이상의 제품을 개발 중인 극도로 경쟁적인 시장”이라며 “이번 거래가 반독점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두 빅파마가 인수를 두고 싸우고 있는 멧세라 역시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화이자가 노보노디스크보다 낮은 가격에 우리를 인수하기 위해 소송을 이용하려 한다”며 “소송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밝혔다.
빅파마 간 초유의 소송전의 불씨가 된 멧세라는 2022년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멧세라의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MET-097i’가 임상 2상에서 월 1회 투여만으로 최대 14.1%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하며 단숨에 빅파마들이 눈독 들이는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현재 글로벌 비만약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는 모두 주 1회 투여해야 한다. 현재 시장에서는 멧세라의 신약 후보물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경우 50억달러 이상의 연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이자와 노보노디스크가 치열하게 맞붙는 이유도 비만약 파이프라인을 하나라도 더 구축하기 위해서다. 특히 위고비를 앞세워 비만약 시장을 선점했던 노보노디스크는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라이릴리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자사 제품이 시장 점유율 58%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데이브 릭스 일라이릴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멧세라 인수에 대해서는 화이자와 노보노디스크가 서로 다투게 둘 것”이라며 “비만약 시장에서는 (화이자와 비교해) 노보노디스크가 더 큰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글로벌 비만약 시장은 급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150억달러(약 21조4000억원) 규모였던 글로벌 비만약 시장이 2030년엔 1000억달러(약 142조5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투자은행(IB) TD코웬은 올해 720억달러(103조6000억원)로 예상되는 글로벌 비만약 시장이 2030년엔 1390억달러(약 200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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