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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음식배달은 왜 하는데…신한은행 ‘땡겨요’ 하는 진짜 이유[안재광의 대기만성's]

입력 2025-11-07 10:16   수정 2025-11-07 10:17


음식배달앱 ‘땡겨요’가 ‘요기요’를 제치고 3위에 올랐습니다. 요기요는 한때 배달의민족과 함께 국내 음식 배달 시장을 양분했던 ‘강자’입니다. 그런 요기요를 2022년 초에 정식으로 시작한 땡겨요가 제낀 건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음식배달 시장은 코로나 사태 때 폭발적으로 커진 뒤 성장이 둔화됐는데요. 땡겨요는 예외였습니다. 올 1월만 해도 80억원대 수준이었던 결제액이 7월 300억원, 8월 400억원을 차례로 처음 넘기며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강원도에선 점유율이 7%에 이르렀어요.

더 놀라운 건 땡겨요 앱을 신한은행이 만들었다는 겁니다. 이 시장에선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같은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이 버티고 있죠. 그동안 숱한 도전자들이 있었지만 신한은행 이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신한은행은 배달 앱 사업에 뛰어들었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성과를 냈을까요.

◆착한 배달 플랫폼 내세워 3위로 도약

신한은행이 ‘땡겨요’를 처음 선보인 건 2020년이었습니다. 당시는 시범 서비스였고 정식 출시는 2022년 1월이었어요.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국내 음식배달앱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였죠. 코로나가 터졌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의 일상이 정지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급격하게 늘었어요. 이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산업이 바로 요식업이었습니다. 회사에서 회식은 사라졌고 혼술과 혼밥은 일상이 됐습니다. 음식배달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졌어요.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10조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게 코로나가 터진 2020년 17조원대로 껑충 뛰었고 2021년엔 26조원을 넘겼습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2020년 처음 매출 1조원을 달성했어요. 그리고 이듬해인 2021년 2조원, 2023년엔 3조원, 작년에 4조원을 차례로 넘겼습니다. 창업 이후 이어졌던 영업적자도 2022년에 4000억원대 흑자로 돌아섰어요. 이후 줄곧 대규모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질수록 불편한 진실도 드러났습니다. 배달비가 치솟기 시작한 겁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시키면 배달비는 없었죠. 치킨도 피자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배달 플랫폼이 활성화된 이후엔 소비자가 배달료를 부담하게 됐어요. 요즘엔 무료 배달도 많긴 한데요. 무료 배달을 받기 위해선 배민이나 쿠팡이츠의 유료 멤버십에 가입해야 합니다. 말만 무료지 사실상 유료인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자영업자, 점주들에게 닥쳤습니다. 배달 플랫폼이 중개수수료를 떼가면서 매출을 많이 올려도 남는 게 점점 적어졌어요. 업종과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수수료는 10%를 넘어갔어요. 여기에 결제 수수료와 광고비까지 합치면 부담은 더 컸습니다.

처음엔 점주들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었어요. 코로나 시기 때 배달 주문이 늘면서 매출도 자연히 올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특수가 끝난 2023년부턴 상황이 달라졌어요. 주문 건수가 잘 늘지 않는데도 수수료 부담은 더 커진 겁니다. 그렇다고 배달 플랫폼을 안 쓰거나 적게 쓸 수도 없었어요. 코로나 이후 시장 판도가 완전히 바뀌어서 배달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선 장사를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거든요.

플랫폼 수수료로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치인들도 이 문제를 주시하기 시작했어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에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공약으로 내세웠을 정도였어요.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게 ‘땡겨요’였죠. 땡겨요는 기존 플랫폼의 ‘대안’을 자처했습니다. 당시 신한은행장이었던 진옥동 현 신한지주 회장은 “금융이 사회의 플랫폼이어야 한다”면서 땡겨요를 들고 나왔습니다. 광고비 0원, 수수료 단 2%로 시장을 파고들었어요. 정산도 다음 날이 아니라 당일에 해줬고요. 은행이 가진 금융 인프라를 활용해 소상공인의 현금 흐름을 개선해준 것이었어요. ‘착한 플랫폼’, ‘상생형 배달앱’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입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들까지 호응했어요. 지역화폐, 지역사랑상품권과 연계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줬습니다. 경기지역화폐로 결제하면 10% 할인을 해줬어요. 서울에선 관악·강남·영등포구에서 주문하면 10%를 환급을 해줬고요. 동네 사장님들은 수수료가 낮고 소비자들은 할인을 받으니 자연스럽게 이용자가 늘었죠. 이용자가 늘자 신한은행은 더 몰아붙였어요. 당초 2만원 이상 세 번 주문하면 1만원 쿠폰을 줬던 것을 올 8월부터 두 번 주문하면 쿠폰을 주는 것으로 바꾼 겁니다.





◆금융사업 확장 지렛대 되나

여기서 남는 의문은 대체 왜 은행이 음식배달 사업을 하느냐는 겁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신한은행, 더 나아가 신한금융그룹의 고민을 이해해야 해요.

우선 이 회사는 돈을 너무 많이 벌어 고민입니다. 신한지주는 올 3분기에 누적 기준 4조500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거뒀어요. 이 추세라면 2022년 거둔 역대 최대 순이익을 올해 새롭게 쓸 가능성이 높죠. 이익이 많다는 건 좋은 일인데 이 회사는 욕을 먹고 있어요. 왜냐하면 ‘이자장사’를 해서 이익이 많이 나기 때문입니다. 이건 신한지주만의 문제는 아니고 경쟁사인 KB금융, 하나금융 등도 다 비슷해요. 특히 요즘처럼 부동산, 주식 같은 자산 가격이 오를 땐 가만히 있어도 돈 빌리러 오는 사람이 넘쳐나고 자연스럽게 이자장사가 더 잘되죠. 특히 주택담보 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요.

정치권에선 ‘누워서 돈 버는’ 은행을 상대로 횡재세를 걷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노력해서 번 게 아니라 은행 간판만 달고 있으면 횡재하는 셈이니까요. 은행 입장에선 나름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어찌 됐든 이익을 많이 낼수록 정치권이나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그래서 은행 경영자에겐 늘 비은행 부문 사업을 키워야 한다는 미션이 따라붙어요. 이자장사 아니고 다른 장사, 예를 들면 카드나 보험, 증권 같은 사업을 확대해야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워질 테니까요.

물론 이러한 작업은 이미 꽤 오래전부터 이어졌어요. 신한지주는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신한투자증권, 신한자산운용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 비중이 여전히 너무 높죠. 올 3분기 신한지주의 누적 이자이익은 약 8조6600억원으로 비이자이익 3조1600억원의 2.7배에 달했어요.

진 회장은 금융 밖으로 눈을 돌립니다. 바로 음식배달이었어요. 음식배달 사업을 잘 들여다 보면 신한지주의 기존 사업과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낼 여지가 커요. 우선 수백만 명의 소상공인 네트워크가 있어요. 이분들이 전부 신한지주의 기존 고객이거나 잠재 고객입니다. 예컨대 신한은행은 통장 개설부터 대출, 펀드 판매가 가능해요. 신한카드는 결제 서비스를 연결하고 혜택을 더 줘서 사용액을 늘릴 수 있죠.

더구나 여기엔 소비자 정보까지 들어 있어요. 이 정보를 금융서비스와 연계할 수만 있다면 엄청난 ‘자원의 보고’가 될 수 있어요. 소비 트렌드를 분석해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예컨대 요즘 뜨는 디저트는 어떤 게 있는지, 어떤 치킨 프랜차이즈가 가장 후기가 좋은지 같은 것을 분석해 특정 지역의 소상공인 대출 한도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겠죠.

물론 신한은행이 금융업이 아닌 일반 사업을 하는 건 굉장히 까다로워요. 금융위원회의 부수업무 승인을 별도로 받아내야 합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너무나 좋은 명분이 있었어요. 기존의 배달 플랫폼 탓에 어려운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돈 많이 벌고 있으니 그중 일부를 떼어서 소상공인 지원에 쓰겠다는데 금융당국에서 승인 안 할 수도 없었어요. 물론 실제로 배달 플랫폼 사업에서 신한은행이 적자를 내고 있고 소상공인 지원에 일부 돈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마냥 ‘남 좋은’ 일만 하는 건 아니란 겁니다.

신한은행은 땡겨요 사업을 앞으로 더 키울 것으로 보입니다. 진옥동 회장이 은행장 시절부터 한 사업인 만큼 진 회장의 ‘유산’을 그룹 차원의 성장축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죠. 만약 땡겨요가 시장에서 더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다면 진 회장의 리더십이 더 공고해 질 수도 있거든요.

자본시장에선 한때 신한지주가 배민을 인수할 것이란 루머가 돌기도 했습니다. 배민의 모기업인 독일 딜러버리히어로(DH)가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고 아시아 시장에서 일부 구조조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배민은 매각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어요. 하지만 만약에 매각한다면 신한지주가 유력한 인수 후보가 되지 않을까요.

안재광 한국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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