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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세금 폭탄,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의 룰이 바뀌었다 [더 머니이스트-김용남의 부동산 자산관리]

입력 2025-11-05 06:30   수정 2025-11-12 17:09


싱가포르는 오랜 기간 아시아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투명한 부동산 시장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정치적 안정성, 법적 신뢰도, 효율적인 행정 체계 덕분에 글로벌 자본이 꾸준히 유입됐습니다. 그러나 2023년 4월 싱가포르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매수자 추가인지세(ABSD)를 기존 30%에서 60%로 인상하면서 시장은 근본적인 변화를 맞았습니다. 이 조치는 단순히 세금을 조정한 것을 넘어, 외국 자본의 투자 행태를 완전히 재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싱가포르 정부의 의도는 주거용 부동산을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자산으로 보호하고 외국 자본의 투기성 수요를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60%라는 징벌적 세금이 시행된 이후, 외국인의 주택 구매 비중은 2022년 4.7%에서 2024년 1.8%로 급감했습니다. 약 10억원 규모의 콘도를 구입할 때 6억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구조는 외국인에게 사실상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시장의 활력을 완전히 꺾은 것은 아닙니다. 싱가포르의 부동산 시장은 명확한 이중 구조로 재편됐는데, 주거용 시장은 자국민 중심으로 재조정되는 반면, 상업용 및 산업용 부동산은 여전히 외국 자본에 열려 있습니다. 이 자산들은 ABSD가 면제되고, 연 10%의 단일 재산세율이 적용되며, 소유권 제한도 없습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투기적 자본은 막되, 생산적 자산으로의 투자는 장려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외국 자본은 주거용에서 상업용으로 이동했으며, 오피스, 리테일, 산업시설, 데이터센터 등 실물경제와 연계된 자산이 새로운 투자 중심축으로 떠올랐습니다. 세금이 장벽이 아니라 자본의 방향을 제시하는 신호로 기능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투자자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과거처럼 ‘안정적인 콘도 투자’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이제는 시장 환경 자체가 ‘보유’가 아닌 ‘운영’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첨단산업 및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상업용 자산의 중장기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으며, 특히 오피스, 물류, 데이터 인프라 자산의 가치는 구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비주거용 자산으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보유 전략의 변화입니다. 싱가포르는 양도소득세는 없으나, 4년 미만 보유 시 매도자인지세(SSD)가 최대 16% 부과됩니다. 또한 빈번한 거래는 국세청이 ‘부동산 거래업’으로 간주해 최대 22%의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으므로 장기 보유가 기본 원칙입니다. 최소 4년 이상의 보유 기간을 전제로 한 투자계획이야말로 안정적인 수익 확보와 세무 리스크 감소의 핵심이며, 단기 차익을 노리는 매매 중심의 접근은 점차 실효성을 잃고 있습니다.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도 전략은 달라져야 합니다. 싱가포르 내 기관투자자급 우량 자산의 공급은 매우 제한적이기에, 신규 개발보다는 리노베이션, 용도 전환, 친환경 인증 등을 통한 ‘밸류 애드(Value-add)’형 투자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자산을 단순히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와 개선을 통해 가치를 높이는 능동적 운용이 요구됩니다.

싱가포르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과거의 성공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뿐입니다. 60%의 매수자 추가인지세는 구조적 장벽이며, 정부가 이를 단기간에 철회할 가능성도 높지 않습니다. 2025년 이후 시장은 현지 실수요를 중심으로 3~5%의 안정적 성장이 예상되지만, 이는 ‘빠른 상승’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는 단기적 차익보다 장기적인 구조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결국 성공적인 싱가포르 투자는 규제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시장의 새로운 룰을 인정하고 자본의 흐름을 다시 설계해야 하며, 주거용에서 비주거용으로, 단기 차익에서 장기 가치로, 수동적 보유에서 능동적 운영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징벌적 세금이라는 장벽 뒤에도 여전히 기회가 존재하며, 이는 시장을 정확히 읽는 투자자에게만 열릴 것입니다.

싱가포르는 외국 자본에 문을 닫은 것이 아니라, 문턱을 높여 선별된 자본만 들이는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투자자에게도 이 변화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며, 이제는 "어디를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수익을 결정합니다. 규제의 시대에는 관망자가 아니라 전략가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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