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주요 공공시설을 민간에 매각해 민영화하는 것을 국민이 불안해한다”며 “국회와 협의하든지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서 하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을 검토해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공기업 민영화를 행정부가 너무 쉽게, 일방적으로 국민 여론에 배치되도록 집행하는 경우가 있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가끔 정치 쟁점으로 부각되는 때가 있다”면서도 어떤 공기업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여권에서는 공기업을 민영화하기 전 국회 논의 과정을 거치는 건 이 대통령의 평소 소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2022년 6월 재·보궐 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직후 공공기관 통폐합, 기능 재조정, 민영화 추진 시 국회에 계획을 사전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자신의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현행법은 계획 수립 후 국회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이 법안에는 사전 보고에서 나아가 정부가 소유 지분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하려고 할 때는 상임위에 사전 보고하고, 지분을 매각할 때는 국회 동의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정책 판단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며 반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특정 사례를 표적으로 해 언급한 건 아니다”며 “적정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정부 재산이 민간으로 팔려나가는 데 우려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자산 매각을 전면 중단하라는 지시 역시 이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이어진다. 지난 정부가 2022년 활용도가 떨어지는 국가 자산을 민간에 매각하는 ‘유휴·저활용 국유재산 매각·활용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을 당시 이 대통령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후 비공개 회의에서 “인공지능(AI) 분야처럼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초대형 투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공공 투자 영역을 담당할 정부 투자기관 관련 제도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김남준 대변인이 전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AI를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 교육을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며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협력해 개선 방안을 수립해달라”고 주문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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