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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0’→‘4억’ 기사회생…서울독립영화제, 51번째 막 올린다

입력 2025-11-05 15:21   수정 2025-11-05 15:57



한국 독립영화 창작의 산실로 반세기를 이어온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가 내달 51번째 막을 올린다. 작년 하반기 올해 정부 예산안 편성때 지원예산이 전액 삭감되며 존속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예산이 복원되며 역대 최대 규모로 스크린에 불을 밝히게 됐다.

서독제 집행위원회는 5일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영화제 주요 상영작과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오는 27일부터 9일간 CGV압구정, CGV청담씨네시티 등에서 단편 84편, 장편 43편 등 127편의 독립영화를 공식 상영한다. 모은영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역대 최대 출품작이 쏟아졌고 역대 가장 많은 상영작을 선보인다”며 “한국 독립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만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집행위에 따르면 올해는 전년 대비 101편 늘어난 1805편(단편 1590·장편 215편)이 접수됐다. 영화시장이 침체를 거듭한 지난 4년간의 평균 출품작 수(1550편)를 크게 상회했다. 서독제 출품통계는 한국 독립영화제 창·제작의 주요 지표로 ‘한국영화연감’에 매년 수록되는 만큼, 유의미한 수치라는 게 영화제의 평가다. 상업영화 투자·제작 경색 등의 여파로 유휴인력이 독립영화판에 유입된 영향이 크지만, 그만큼 개인적 서사부터 사회 담론을 다루는 영화까지 독립영화 지평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올해 개막작인 ‘무관한 당신들에게’가 이를 잘 보여준다.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으로 알려진 박남옥이 남긴 영화 ‘미망인’(1955)의 소실된 마지막 장면을 김태양, 손구용, 이미랑, 이종수 감독이 각자의 영화적 상상을 더해 연출한 세 편의 단편을 엮은 실험적 작품이다. 김태일·주로미의 ‘이슬이 온다’, 박세영의 ‘지느러미’ 등 대상 등을 놓고 겨루는 12편의 본선 장편 경쟁작, 35편의 본선 단편 경쟁작도 관심을 끈다.



숨은 영화인을 발굴하는 전통적 기능을 넘어 이들을 투·제작 시장으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이 중요해진 최근 영화제 흐름을 비춰볼 때 프로그램 다양성이 약한 부분은 아쉽다는 평가다. 이는 지난해 예산 ‘제로(0)’ 사태로 영화제 준비에 차질을 겪은 영향이 크다. 한국독립영화협회와 영화진흥위원회가 2001년부터 공동 주최하는 민관협력 성격의 영화제인 서독제는 영화발전기금 내 ‘독립영화제 개최지원사업’ 명목으로 매년 3~4억 원대의 정부 지원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해 편성된 올해 영발기금 예산안에 해당 지원사업이 폐지되며 사실상 지원이 전면 중단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진위는 개별지원을 받는 대신 다른 영화제처럼 ‘국내 및 국제 영화제 지원사업’에 공모하라는 입장이었지만, 서독제는 “독립영화에 대한 탄압”이라 맞서며 예산 복원을 촉구했다. 지난해 말 국회가 관련 예산을 일부 복구했지만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예산 복원이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 7월에서야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돼 4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올해 서독제는 서울시에서 약 3억 원의 지원금과 후원 등으로 예산을 꾸렸지만 가장 비중이 큰 정부 지원금이 뒤늦게 집행되며 프로그램 기획 등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모은영 집행위원장은 “지난 4월 이후 여러 외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영화제를 정상화하고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아시아 독립영화인과의 협력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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