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인터넷의 인프라 기업’으로 불리는 클라우드플레어가 인공지능(AI) 붐과 사이버 안보 수요 확대라는 두 흐름을 타고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정학적 갈등 심화로 기존의 보안·네트워크 사업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AI 클라우드 플랫폼 사업에도 진출하며 미래 먹거리까지 확보했다는 평가다. 다만 최근 주가에 성장 기대가 선반영된 만큼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 세계 트래픽 20% 처리
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클라우드플레어 주가는 최근 1년간 146.9% 뛰었다. 3분기 실적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에는 하루 새 13.8% 급등해 최고가(253.3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는 228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2009년 클라우드 기반 보안·네트워크 기업으로 처음 출발했다. 매튜 프린스 클라우드플레어 최고경영자(CEO)는 미 투자 전문지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클라우드플레어에 대해 “쉽게 말해 인터넷 속도를 높이고, 악의적인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서버를 통해 웹사이트의 로딩 속도를 개선하고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등을 방어하는 게 주력 사업이라는 의미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설립 10년만인 2019년 주당 15달러에 상장했다. 공모 당시 시가총액은 약 44억달러(약 6조4000억원)였는데 지금은 약 800억달러(약 116조원)로 몸집을 키웠다. 클라우드플레어 측은 ”전 세계에서 오가는 인터넷 트래픽의 20%가 클라우드플레어의 서버를 거쳐 전달된다”고 말했다.

AI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도약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지난달 31일 실적 발표에서 4분기 매출을 5억8900만달러로 제시했다. 시장 전망치인 5억8090만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주당순이익(EPS)은 주당 0.85~0.86달러에서 0.91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대규모 기업 고객 확보와 AI 클라우드 사업 수요로 실적이 개선됐다. 3분기 기준 연간 10만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고객은 400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다. 모건스탠리는 실적 발표 후 목표 주가를 235달러에서 258달러로 올렸다. 특히 AI 인프라 시장에 진입한 점이 투자자들을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있는 자사 네트워크를 AI 연산이 가능한 클라우드로 전환하려는 전략 덕분에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TD코웬은 시장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265달러(기존 250달러)로 높였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이미 전 세계 100여개국에 구축한 서버를 기반으로 분산형 AI 클라우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일반적인 AI 클라우드가 초대형 중앙 데이터센터에서 연산을 수행하는 것과 달리 클라우드플레어는 사용자와 가까운 곳(엣지 서버)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AI 응답 속도가 빠르고 데이터가 각 지역 내에서 처리돼 보안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워커스(Workers) 플랫폼이다. 주로 AI 및 암호화폐 기업이 활용하고 있다. 프린스 CEO는 “앞으로 AI 추론은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등에서도 실행될 테지만 일부 AI 모델은 너무 크거나 전력 소모가 많아 이런 곳에서 돌리기 어렵다”며 “그럴 경우 가장 효율적인 대안은 ‘네트워크 자체(엣지)’다”라고 강조했다. AI가 중앙 클라우드에만 머무르지 않고 분산된 네트워크 곳곳에서 돌아가는 시대가 온다는 의미다.

AI 기반 먹거리도 확대
AI를 기반으로 신사업도 꾸준히 발굴 중이다. 지난 7월에는 웹사이트 소유자 허가 없이 AI가 데이터 자동 수집(크롤링)을 못 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웹사이트 자료 접근 여부와 접근 가격 등을 설정할 수 있다.웹사이트 운영자가 자사의 콘텐츠를 이용해 학습하려는 AI 기업으로부터 수익을 창출하도록 돕는 게 핵심이다. AI를 통해서만 정보를 얻고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이들이 줄어들면서 검색 트래픽 유입으로 발생하던 광고 수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AP통신을 비롯한 주요 언론사와 레딧, 핀터레스트 등의 미디어 기업의 환영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지난 6월 100만개 이상의 고객 도메인이 AI 크롤러 차단 옵션을 선택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아직 시범 단계라 매출 기여는 크게 없다.
다른 AI 관련 기업과 마찬가지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은 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의 52.6%는 매수, 41.7% 중립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매도 의견은 5.6%다. 목표가(242달러)보다 주가가 뛰었던 점도 고려 대상이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