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미국 뉴욕시 노동자는 부유하고 권력 있는 사람에게 “권력이 당신 손에 있지 않다”는 말을 들어왔습니다. 오늘 밤 모든 역경을 넘어 우리는 그것(권력)을 붙잡았습니다.”
미국 민주당에서 급진 좌파로 분류되는 조란 맘다니 뉴욕주 의원(34)은 4일(현지시간) 뉴욕시장 당선이 확정되자 브루클린 패러마운트 공연장에 모인 지지자에게 이같이 외쳤다. 그는 인도계 무슬림으로, 뉴욕시장에 무슬림이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맘다니는 임대료 동결을 비롯해 무상 버스, 최저임금 인상 등 급진적 서민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어 표심을 공략했다. 일각에선 그의 공약을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실행 가능성에 우려를 제기한다.
맘다니는 지난 6월 뉴욕시장 예비선거에서 거물 정치인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꺾는 정치적 이변을 일으키며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다. 80% 개표율 기준 맘다니가 50.6%, 무소속인 쿠오모 전 주지사가 41.2%를 득표했다.
뉴욕시는 미국에서도 진보색이 짙은 지역으로, 민주당 후보로 뽑히면 시장에 당선될 확률이 높아진다. 6월부터 맘다니 공약은 미국 전역의 주목을 받았다. 맘다니는 살인적 물가에 시달리는 뉴요커 생활고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임대료 동결과 무상 버스, 최저임금 인상, 지역안전부 신설, 무상 보육, 시립 식료품점 신설, 저소득 주택 20만 가구 건설, 대기업·부유층 과세 등이다. 이 때문에 20~30대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번 선거에서 뉴욕시장 선거 투표 참여자가 200만 명에 달해 1969년 이후 최다를 기록한 것도 젊은 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낸 영향이다.
다만 맘다니의 공약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주요 공약 상당 부분이 주 정부 지원을 받거나 빚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맘다니는 임대료 동결과 아파트 추가 공급을 위해 700억달러를 차입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뉴욕시 채무 한도보다 300억달러나 많아 차입을 위해 주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또 무상 버스 계획을 실천하려면 연간 약 7억달러가 필요하다. 뉴욕시 혹은 뉴욕주 대중교통청(MTA)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둘 다 재정이 좋지 않다. 법인세율 인상 공약도 뉴욕시 주요 기업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맘다니 당선으로 미국 민주당 전체가 정책 및 정치색의 방향성을 두고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지지 저변을 넓히기 위해 중도층 표심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맘다니의 급진적인 정치색은 오히려 중도층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맘다니를 둘러싸고 의견이 갈린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떤 후보에게 투표했는지 묻는 말에 분명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AP통신은 민주당 후보인 애비게일 스팬버거 전 연방 하원의원이 버지니아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윈섬 얼시어스 부지사를 이겼다고 보도했다. 82% 개표율 기준으로 스팬버거 전 의원이 56.2%, 얼시어스 부지사가 43.6%를 득표했다. 뉴저지주지사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마이키 셰릴 연방 하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공화당 소속 잭 치타렐리 전 뉴저지주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71% 개표율 기준 셰릴 의원이 56.5%, 치타렐리 전 의원이 42.9%를 얻었다. 이번 선거 결과로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11월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선거에선 연방 상·하원 의원을 선출하는데 트럼프 2기 후반부 국정 운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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