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확장 재정은 지속 가능성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국회가 정부의 2026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하는 ‘예산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5일에는 전문가들이 예산안 규모 및 활용처가 적정한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공청회를 열었다. 예결위는 6~7일 종합정책질의, 10~11일 경제부처 부별심사, 12~13일 비경제부처 부별심사를 한다. 이어 17일부터는 내년도 예산안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활동에 들어간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 규모는 올해 본예산 대비 8.1% 늘어난 728조원이다. 2022년도 예산(전년 대비 8.9% 증가) 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조 교수는 “이번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이 아니라 2차 추가경정예산과 비교하는 게 타당하다”며 “일시적 재해·재난 대비가 아닌 경기대응용 추경이 있었다면 추경 대비 증감률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전년 대비 예산 증감률은 8.1%가 아니라 3.5%다. 조 교수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 및 국가재정운용계획상 국가채무비율의 과대 전망 오류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적극 재정을 펼칠 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는 “회복 속도 제고와 온기 확산에 재정의 촉매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예산안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우 교수는 “재정을 마중물로 투입해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를 상승으로 전환하면 경제가 성장하면서 재정건전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예산 증가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보건·복지·고용과 일반 지방행정은 경제 활성화 효과가 거의 없는 분야여서 정부가 주장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보건·복지·고용 예산(269조원)과 일반 지방행정 예산(121조원)의 증가율은 각각 8.2%, 10.4%다. 모두 전체 증가율(8.1%)을 웃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가부채율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1997년 외환위기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재정건전성과 외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발표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6년 50% 수준이지만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공기업 부채를 포함하면 채무비율이 100%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하면 재정위험 국가로 분류하며, 이는 향후 국가 신용등급 하락과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이태석 연구위원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단기적 재정수지 악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며 단기적 경기 대응 규모를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중기 재정건전성 회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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