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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2억 압구정 아파트' 상속 받았는데…15억 달라고? [조웅규의 상속인사이트]

입력 2025-11-07 07:00   수정 2025-11-07 07:26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우리나라는 올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고령 인구의 자산 관리 못지않게 자산 승계가 큰 관심사다. 하지만 피상속인이 자신의 뜻에 따라 상속을 설계했더라도 남겨진 가족 중 누군가에겐 그 결과가 못마땅할 수 있다.

상속인에게 최소한의 상속분을 보장하는 유류분 제도를 인정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불만이 소송으로 표출된다. 상속재산 규모가 커지면서 상속 분쟁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유류분 청구 소송은 2016년 1096건에서 2022년 1872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상속세 신고 현황을 보면 건물·토지 등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68.8%에 달하는데, 일반 국민의 상속재산에서는 부동산 비중이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 전 증여재산도 유류분 계산 포함

유류분은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과 생전에 증여한 재산을 합산해 계산한다. 특히 공동상속인 사이의 증여는 시기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수십 년 전에 증여받은 재산도 유류분 계산에 포함된다. 문제는 그 재산의 가치가 세월이 흐르며 현저히 상승한 경우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이 30년 전 자녀 A, B 중 A에게 당시 약 2억원 상당의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증여한 후 상속재산 없이 사망했다면, B는 A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기준이 되는 아파트의 가액은 증여 당시의 2억원일까, 아니면 최근 거래가인 60억원일까?

A가 증여받은 아파트의 가액을 증여 당시(2억원)로 본다면 30년 전 현금 가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한 약 6억원이 유류분 계산의 기준이 된다. 이 경우 B가 청구할 수 있는 유류분 부족액은 약 1억5000만원(법정상속분 1/2의 1/2)이다. 반면 아파트의 가액을 상속개시 당시(60억원)로 본다면 B의 유류분 부족액은 약 15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오래전에 이루어진 생전 증여도 유류분 계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자산 가치의 변동은 유류분 소송에서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된다. 특히 부동산이 상속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이 문제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대법원은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 등의 특별수익을 받은 자가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특별수익을 고려하여 상속인별로 고유의 법정상속분을 수정하여 구체적인 상속분을 산정하게 되는데, 이러한 구체적 상속분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상속재산과 특별수익재산을 평가하여 이를 기초로 하여야 할 것"(대법원 1997. 3. 21. 선고 96스62 판결)이라고 판시했다. 즉 생전 증여받은 재산도 상속개시 당시의 가치로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 사례에서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상속개시 시점의 거래가인 60억원으로 평가돼 B는 15억원 상당의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증여재산 처분 시 평가 기준은

그렇다면 A가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2014년에 20억원에 매도했다면 어떻게 될까? A의 입장에서는 이후 상승분 40억원은 자신과 무관하므로 그 부분까지 유류분으로 반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느낄 것이다. 반면 B는 A가 아파트를 처분하지 않았더라면 현재 60억원이 되었을 것이므로 A의 처분으로 인해 자신의 유류분이 줄었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A의 처분가액(20억원)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견해와 처분하지 않은 경우와 동일하게 상속개시 당시의 가액(60억원)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전에 재산을 증여하여 그 재산이 유류분반환청구의 대상이 된 경우,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개시 전에 처분하였거나 수용되었다면 민법 제1113조 제1항에 따라 유류분을 산정함에 있어서 그 증여재산의 가액은 증여재산의 현실 가치인 처분 당시의 가액을 기준으로 상속개시까지 사이의 물가변동률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5. 18.자 2019다222867)고 판시했다.

즉 처분 시 가액을 기준으로 하되 상속개시 시의 현금가치로 환산하는 것이다. 이 경우 아파트의 처분 당시 가액(20억원)은 상속개시 시점의 현금가치로 약 25억원에 해당하므로 B는 약 6억2500만원의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조기 처분이 유류분 반환에 유리?

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생전에 증여받은 재산을 처분했다면 그 재산의 가치는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현금의 가치 상승률보다 부동산이나 주식의 상승률이 훨씬 크므로,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을 증여받은 경우 일단 처분하는 것이 유류분 반환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예컨대 A가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2억원일 때 증여받은 후 곧바로 같은 금액에 매도하고 옆동 아파트를 다시 2억원에 매수했다면 어떻게 될까? 위 대법원 판례를 형식적으로 적용하면 A는 부동산을 처분했으므로 처분 당시 가액 2억원을 기준으로 상속개시 시의 현금가치로 환산한 금액(약 6억원)을 유류분 산정의 기준으로 삼게 된다. 그러나 B 입장에서는 A가 사실상 동일한 아파트를 보유해 현재 60억원의 자산가치를 가진 상태이므로 이러한 결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증여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평가 기준


한편 피상속인이 30년 전에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2억원에 처분한 뒤 그 현금을 A에게 증여하며 "삼성전자 주식을 사보라"고 권유했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피상속인이 A에게 삼성전자 주식 자체를 증여한 경우라면 결론이 달라질까?

30년 전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약 4조원이었고 상속개시 시점에는 약 600조원으로 150배가량 상승했다. 만약 A가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유류분 산정의 기준은 현금 2억원의 현재가치(약 6억원)일까, 아니면 상승한 주식가치(약 300억원)일까?

피상속인이 직접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한 후 이를 A에게 증여했다면 상속개시 시의 가치인 300억원이 기준이 된다. 반면 피상속인이 단순히 주식 매수 자금을 증여했다면 그 기준은 현금 가치인 6억원이 된다. 즉 가치가 상승한 재산 자체를 증여한 것인지, 그러한 재산을 취득하기 위한 자금을 증여한 것인지에 따라 결과가 현저히 달라진다. 실제 소송에서도 피상속인이 증여한 것이 '부동산이나 주식 매수 자금'인지, 아니면 '부동산이나 주식 그 자체'인지를 두고 첨예한 다툼이 벌어진다.

이처럼 유류분 분쟁에서 생전 증여 재산의 평가 시점과 기준은 당사자들에게 매우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단순히 증여 사실을 입증하는 것뿐 아니라 증여 재산의 가액을 유리하게 평가받기 위한 치열한 공방이 이어진다.

상속 분쟁은 가족 간의 분쟁이기에 감정적인 부담을 감수하면서 진행하는 것인 만큼, 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충분한 검토와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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