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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이프이스트-변병준의 관세이야기] 소액면세제도, 이대로 괜찮을까

입력 2025-11-12 17:29   수정 2025-11-12 17:43

연말이 다가오면 해외직구 사이트가 국내 온라인 쇼핑몰보다 더 붐빈다. 환율이 안정되고,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같은 세일 시즌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은 클릭 한 번으로 전 세계의 상품을 손쉽게 주문한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2024년까지 해외직구 규모는 매년 약 20%씩 증가했고, 지난해에만 7조 9천억 원이 해외에서 직접 구매됐다. 이제 해외직구는 ‘특별한 소비’가 아니라 일상이 됐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고 있다. 미국은 2025년 8월부터 ‘소액면세제’를 전면 폐지했다. 기존에는 800달러 이하 수입품에 세금을 매기지 않았지만, 이 혜택을 완전히 없앴다. 미국 정부는 “저가 직구를 악용한 세금 회피와 불공정 경쟁이 심각하다”는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쉬인, 테무 등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수백만 개의 소형 포장물로 미국 시장을 점령하면서, 세금 없이 들어오는 ‘디지털 우회 수입’이 자국 내 제조업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결국 이번 조치는 단순한 보호무역이 아니라 무너진 공정경쟁 질서를 회복하려는 제도적 리셋이라 볼 수 있다.

한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현재 개인이 해외에서 구입한 물품 중 미화 150달러 이하(미국발은 200달러 이하)는 관세와 부가세가 면제된다. 이 제도는 1968년, 무역이 활발하지 않던 시절에 ‘개인 간 선물이나 기증품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말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세계 어디서든 쇼핑이 가능한 시대다. 당시의 제도가 오늘날의 소비 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소비자는 해외 플랫폼을 통해 초저가 제품을 사실상 ‘무세금’으로 구매할 수 있지만, 국내 유통업체는 동일한 상품을 판매할 때 부가세와 각종 통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결국 국내 소매상과 중소 제조업체는 구조적인 역차별을 겪게 된다.



여기에 소비자 안전 문제도 있다. 일부 제품에서 납이나 카드뮴 등 유해물질이 검출되기도 했지만 실질적인 제재는 어렵다. 면세 한도를 악용해 재판매를 목적으로 대량 구매하는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그 결과 세관의 행정 부담은 커지는데, 정부는 세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역효과 구조’가 생긴다.

이제는 진지하게 물어야 할 때다. 소액면세제도, 이대로 괜찮은가? 이 제도를 유지하면 장기적으로 세수 손실이 커지고 공정경쟁이 더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면세 한도를 150달러에서 100달러, 50달러로 단계적으로 낮춰 소비자 충격을 줄이면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전자상거래 통관체계도 단순 목록통관 위주에서 벗어나 품목별 과세가 가능한 구조로 정밀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본래의 취지대로 선물이나 기증품 같은 비상업적 거래만 면세하고, 기업 간 거래에는 소액면세를 제한해야 한다.

소액면세는 한때 행정 효율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대의 불균형한 특혜로 변질됐다. 미국의 결단은 단순히 자국 산업 보호가 아니라, 무너진 공정 질서를 바로 세우려는 시도다. 한국도 소비 편익만을 좇을 게 아니라, 장기적인 산업 생태계의 균형을 선택해야 한다.

연말 해외직구 열기가 아무리 뜨거워도 제도 개선의 논의가 식어서는 안 된다. ‘싸게 사는 소비’보다 ‘공정하게 사는 구조’가 더 오래간다. 이제 한국도 '싸게 사는 시대'에서 '공정하게 사는 시대'로 나아가야 할 때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변병준 관세사(조인관세사무소 대표 관세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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