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 투자자들은 6일(현지시간) 미국 주식시장과 실물경제에서 지속해서 제기되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주식시장에선 증시를 이끌던 인공지능(AI) 관련 주식의 거품이 언젠가 터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져왔다. 미국 실물경제에선 노동시장 냉각이 시작할 것이라는 불안함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AI 관련 주식은 승승장구했고, 고용지표도 나쁘지 않았다.시장의 공포가 현실화하기 시작한 것은 10월 들어서다. 골드만삭스부터 영국 중앙은행(BOE)에 이르기까지 AI 거품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제기하면서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정부 고용지표 발표가 연기되면서 민간 고용지표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도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의 구인·구직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는 게 드러나서다.
이는 오픈AI의 세라 프라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내놓은 발언을 두고 한 말이었다.
프라이어는 전날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사모펀드와 은행, 연방 정부의 최후 보증이 결합한 새로운 금융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선 오픈AI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서 정부 보증을 바란다고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AI 거품론에 대한 우려를 부추겼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금융 기관의 수장들도 AI 거품에 대한 우려를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 은행 총재는 6일 통화정책위원회 이후 기자회견에서 AI에 대해 “(AI가) 실제로 입증되는 데까지는 아직 갈 길이 꽤 남았다”며 “동시에 거품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행사에서 “AI의 생산성 향상 잠재력에 대한 낙관적인 시장 심리가 갑작스럽게 전환돼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영화 ‘빅쇼트’의 모델 중 한 명인 마이클 버리는 4일 공개된 공시 서류에서 AI 대표주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의 주가 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드러났다. 버리가 이끄는 사이언자산운용은 지난 3분기에 팔란티어 풋옵션 9억1200만달러와, 엔비디아 풋옵션 1억8700만달러를 순매수했다. 풋옵션을 매수한 투자자는 주가가 하락하면 이득을 얻는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지난 4일 “향후 12∼24개월 사이에 주식 시장이 10∼20% 하락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며 “시장이 상승한 뒤에는 잠시 되돌림이 오고 투자자가 다시 재평가하는 시기가 오게 된다”고 경고했다.
아마존은 AI 도입 확대로 업무 효율을 높이는 대신 본사 인력 약 1만4000명을 감축한다. 아마존은 지난달 27일 직원들에게 보낸 공지문에서 “관료주의를 줄이고 중간관리 단계를 제거하며, 주요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IT·컨설팅 기업 IBM은 올해 4분기 전 세계적으로 약 1% 규모의 인력 감축에 나선다.
IBM은 4일(현지시간) “올해 4분기 중 전 세계 인력의 한 자릿수 초반대에 해당하는 감원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 감축은 약 2700명 규모에 해당한다.
AI 관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투자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인원을 구조조정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메타는 AI 연구 핵심조직인 ‘슈퍼인텔리전스 랩스’에서 약 600명을 줄이기로 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도 고용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시카고 연은에 따르면 미국의 10월 실시간 실업률 예측치는 4.36%로 9월(4.35%)보다 0.0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021년 10월(4.5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미국 국채금리는 미국 국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민간 부문 감원 규모가 급증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데다, 최장기 셧다운 사태가 이어지며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몰리면서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비례한다.
미국 민간 부문에서의 감원 급증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6bp(1bp는 0.01%P) 하락한 4.09%를 기록했다. 2년물 금리는 3.56%로 7bp 떨어졌고, 30년물 금리는 4.68%로 5bp 이상 내렸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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