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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美 10조원 수주전 앞두고 5개월째 비어있는 KAI 사장실

입력 2025-11-07 17:20   수정 2025-11-08 00:24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5개월째 ‘무정부 상태’에서 굴러가고 있다.”

KAI 노동조합은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7월 강구영 사장이 물러난 뒤 5개월째 후임 사장이 임명되지 않은 탓에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수치가 이를 보여준다. KAI는 올 3분기에 영업이익 602억원을 내는 데 그쳤다. 시장의 예상을 17%나 밑도는 수치다. 지난해 3분기 대비 20% 넘게 줄었다.

당장의 살림에도 구멍이 뚫렸지만, 더 큰 문제는 미래 먹거리에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KAI의 올 1~3분기 누적 수주액은 3조6640억원에 그쳤다. 연간 수주 목표(8조5000억원) 달성은 불가능한 미션이 됐다. 전자전기 체계 개발 사업, 블랙호크 헬기 성능 개량 사업, 천리안 5호 위성 개발 사업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신 결과다.

글로벌 방위산업계가 주목하는 미국 해군 차세대 고등훈련기(UJTS) 수주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UJTS 사업은 미국에 최대 220기의 고등훈련기를 납품하는 10조원짜리 프로젝트다. 미 해군은 다음달 입찰 제안요청서(RFP) 접수를 시작해 내년부터 기체 평가 및 질의응답 등 절차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장의 부재는 치명타다.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기대할 수 없어서다. TF-50N 기체 납품 가격을 얼마로 써낼지, 성능 보증은 어떻게 할지 등을 책임지고 결정할 사람이 KAI에는 없다. 미국 정부와 소통할 고위급 창구도 마땅찮다.

이 같은 리더십 공백을 불러온 근본적 원인은 지배구조다. KAI는 1999년 외환위기 직후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대우중공업이 합쳐 탄생했다. 이후 수차례 지분 변동을 거쳐 현재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26.4%), 2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8.1%)이 됐다. 공적 자금이 회사를 지배하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이 떨어져 내렸다. 역대 8명의 사장 중 내부 출신은 단 한 명뿐이다. 항공우주산업은 다른 어떤 업종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산업이다. 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한순간에 도태되는 게 방산 시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민간 방산업체들이 오너기업인과 전문경영인 손발을 맞춰가며 중장기 계획대로 움직이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KAI 정상화의 해법은 간단하다. 일단 하루빨리 적임자를 찾아 컨트롤 타워를 재건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론 민영화도 고려해볼 만하다. 산업은행이 22년간 끌어안는 동안 경쟁력이 추락한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 품에 안긴 뒤 한·미 경제협력의 상징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이끌게 된 대변신이 KAI에서 재현될 수도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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