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뷰티 산업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브랜드 부문에서 ‘뷰티 빅2’였던 LG생활건강이 중국 시장에 발목을 잡혀 고전하는 사이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디큐브 에이지알’을 판매하는 기업 에이피알이 급성장하면서다. 글로벌 인기를 동력 삼아 K뷰티 양강 중 하나인 LG생건을 제치고 국내 뷰티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을 바짝 추격하며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에이피알을 비롯한 인디 브랜드들이 성장하면서 화장품 제조사(ODM·OEM) 매출도 뚜렷한 증가세다.
화장품과 뷰티(향수·이너뷰티 등) 부문 매출은 2723억원으로 집계됐다. 대표 브랜드 메디큐브의 제로모공패드를 비롯해 여러 제품이 세계 시장에 안착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피부재생과 혈관 회복, 염증 완화에 효과가 있어 화장품에 많이 쓰이는 폴리데옥시리보뉴 클레오타이드(PDRN) 제품군은 세계 누적 판매량이 1500만개를 돌파했다. 미용기기 부문에서도 세계 누적 판매 500만대를 넘어서는 등 매출도 1031억원으로 39% 증가했다.
북미 시장 비중을 늘리고 있는 아모레퍼시픽도 호실적을 냈다. 아모레퍼시픽홀딩스는 연결기준 올해 3분기 매출 1조1082억원, 영업이익 104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매출은 2024년 3분기보다 각각 39.0%, 3.8% 증가했다. 순이익은 833억원으로 61.2% 늘었다.
라네즈와 에스트라, 설화수, 려 등 주요 브랜드의 글로벌 확산과 운영 효율화로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이 그룹 전체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은 41% 늘어난 919억원으로 기록됐다. 국내 영업이익은 594억원, 해외 영업이익은 427억원으로 각각 24%, 73% 증가했다. 매출도 1조169억원으로 4% 늘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미주 시장에서 라네즈에 이어 에스트라, 한율 등 신규 브랜드 확산이 본격화했고 입소문이 나면서 틱톡숍 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LG생건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6.5% 줄어든 46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5800억원, 당기순이익은 234억원으로 각각 7.8%, 68.2% 줄었다. 화장품 사업부는 588억원 규모의 적자가 났다. 매출은 26.5% 줄어든 4710억원이다. 이에 LG생건은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이날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이선주 사장을 신규 대표로 선임했다. 이 사장은 30여년간 로레알그룹을 비롯해 국내외 화장품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애경산업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연결기준 3분기 누적 매출액 4916억원, 영업이익 245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2%, 43.7% 줄었다. 화장품사업 부문만 보면 실적 감소가 더욱 두드러졌다. 화장품 부문 누적 매출액은 1600억원, 영업이익은 1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17.2%, 61.8% 감소한 수치다.

LG생건과 애경산업은 주요 시장으로 중국을 공략해 왔다. 애경산업의 해외 뷰티 매출의 약 74%가 중국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3분기 LG생활건강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다. 시장 다변화로 반등을 이뤄낸 아모레퍼시픽과 에이피알과 대비된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에서 화장품 선호 트렌드가 중소·인디 브랜드 중심으로 바뀐 요인도 있다.
인디 브랜드 시장이 커지면서 브랜드에 화장품을 만들어주는 납품하는 ODM·OEM들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코스메카코리아는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8.8% 증가한 27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1824억원으로 44%, 순이익은 223억원으로 161.1% 늘었다. 이는 분기 최대 실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권가 전망치(1502억원, 201억원)를 웃돌았다.
코스메카코리아는 국내외 인디 브랜드사의 수주 증가가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신제형 개발과 고객 중심의 제품 제안력, 신속한 대응력이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코스맥스도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한 5856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법인은 하이드로겔 마스크팩과 선케어 수요가 늘며 전년 동기 대비 10.3% 성장한 매출 383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선케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영업이익은 1.6% 소폭 감소했는데 올해 국내 인디 브랜드 고객사가 대폭 늘어나며 일시적 초기 서비스 비용이 늘어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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