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의 내용연수(회계적 사용 기간)를 연장하고 감가상각비를 과소계상해서 수익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흔한 회계부정 수법 중 하나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대규모 공매도 포지션으로 유명해진 헤지펀드 투자자 마이클 버리(사진)는 10일(현지시간)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이같이 밝혔다. 최근 엔비디아, 팰런티어 등 기술주가 과열됐다고 보고 공매도 중인 그는 “이것이 모든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업체)가 해온 일”이라고 주장했다.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의 내용연수를 인위적으로 늘려 수익률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과소계상된 감가상각비가 AI 버블을 꺼뜨릴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은 알파벳, 메타, 아마존 등 3개 기업의 네트워크·컴퓨팅 장비 내용연수를 3년으로 줄일 경우 주당순이익(EPS)이 5~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이코노미스트는 같은 기준을 위 5개 기업에 적용, AI 서버가 네트워크·컴퓨팅 장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절반으로 가정하면 연간 세전 총이익이 260억달러(약 38조원), 시가총액은 7800억달러(약 1100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주장에는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부품인 AI 칩 개발 주기가 최근 더욱 짧아졌다는 배경이 깔려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6월 기존 18~24개월이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 주기를 1년으로 단축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 ‘블랙웰 울트라’를 출시하고 내년 ‘루빈’, 2027년 ‘루빈 울트라’, 2028년 ‘파인만’ 등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연산 속도는 블랙웰(10페타플롭스)에서 블랙웰 울트라(15페타플롭스)로 넘어가며 1.5배, 루빈(50페타플롭스)으로 업그레이드될 때는 3.3배 개선된다.
오픈AI 역시 이 같은 우려를 공유한 바 있다. 사라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5일 한 행사에서 “우리는 항상 최첨단 칩을 원하지만, 지금은 컴퓨팅 자원이 한정돼 6~7년 된 (엔비디아) A100 수준의 AI 칩을 사용한다”며 “개발 주기가 짧아지면 자금 조달이 훨씬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다만 빅테크들이 주장하는 5~6년의 내용연수가 타당하다는 반론도 있다. GPU를 AI 학습에만 사용하는 기업의 경우 제품 주기가 1~2년으로 짧지만, 구글·아마존·MS 등은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과학 시뮬레이션, 비디오 트랜스코딩(파일 형식 변환)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AI 모델을 개발하는 ‘학습’에 쓰던 GPU를 이를 적용하는 ‘추론’ 단계에 재활용할 수도 있다. 자크는 이를 “게임용 노트북을 가족에게 물려줘 이메일이나 문서 작업을 하게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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