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노고산동 게릴라하우스 1호점에서 만난 스웨덴 국적의 유학생 사이먼 원크비스트(28)는 “한 학기 동안 머물 곳으론 이곳이 최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원크비스트가 지내는 이 건물은 한때 손님이 끊겨 폐업한 모텔이었다. 지금은 외국인 26명이 사는 ‘코리빙하우스’(공유 주거)로 변신했다. 6층짜리 건물 안에는 방 26개와 공유 주방·라운지·세탁실 등이 마련돼 있다.

폐모텔, 고시원 등 내국인의 발길이 끊긴 숙박시설이 국내 체류 외국인을 위한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 복잡한 부동산 계약 절차가 없는 편리함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12일 스타트업 게릴라즈에 따르면 서울 지역 게릴라하우스 1~5호점의 평균 입주율은 95%에 달한다. 입주자는 전원 외국인으로, 약 120명이 생활하고 있다. 국적은 프랑스, 미국, 독일 순으로 많다. 외국인의 이용 목적은 교환학생·어학연수(60%), 관광(20%), 워킹홀리데이(11%) 등이다.
게릴라즈는 2023년부터 서울 곳곳의 폐업 모텔과 여관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외국인에게 임대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평균 월세는 70만원대, 보증금은 10만원이다. 주 단위 단기 숙박부터 1년 단위 장기 거주까지 가능하다. 염정업 게릴라즈 대표는 “외국인은 공인중개사를 통한 원룸 계약이 까다롭고 비싼 호텔엔 오래 머물기 어려워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도 애물단지가 된 빈 건물을 외국인 전용 공간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경남 함양군은 사업비 18억원을 투입해 방치된 폐모텔을 인수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위한 공공형 기숙사로 리모델링했다. 지난해 문을 연 이 시설에는 약 40명의 외국인이 거주 중이다.
경쟁력을 잃은 숙박시설이 외국인 수요로 다시 채워지는 트렌드는 계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 때 대실 영업이 어려워 폐업한 모텔, 공시생 감소로 공실이 늘어난 고시원 등이 아직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체류 외국인은 265만783명으로, 전년(250만7584명) 대비 5.7% 증가했다. 올해 1~9월 방한객은 1408만 명으로, 전년 동기(1213만 명)보다 16% 늘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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