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영끌’ 조달에 빅테크 회사채 금리 급등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 기술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2000억달러(약 300조원)로 추정된다. 작년에 비해 두 배 급증한 규모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지난 3일 175억달러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고, 메타는 지난달 30일 300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메타의 회사채 발행액은 사상 다섯 번째로 큰 규모다. 오라클도 앞서 260억달러어치 회사채를 발행했다.
모건스탠리는 AI 관련 인프라 투자에 2028년까지 3조달러(약 4300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돈이 급한 빅테크들은 회사채로도 모자라 전례 없던 조달 방식까지 동원하고 있다.
메타는 루이지애나주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를 개발하기 위해 사모펀드 블루아울캐피털과 합작법인(SPV)을 설립해 자금을 우회 조달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도 SPV를 통해 180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SPV는 빅테크 재무제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정확한 부채 규모가 대차대조표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미칠 잠재적 충격은 더 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프랑켄슈타인식의 복잡한 거래와 담보 구조가 어떻게 작동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2) 위험 회피 나선 투자은행
AI산업에 거액의 판돈을 건 IB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리스크를 헤지(위험 회피)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AI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바스켓에 공매도를 실행하거나 합성위험이전(SRT)이라는 신용파생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SRT는 이름 그대로 은행이 가진 대출의 부실 위험을 외부 투자자에게 이전하는 상품이다. 도이체방크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을 예측해 해당 대출의 부도 위험만 판매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대규모로 팔았다.
(3) 월가에서 기술주 투자등급 하향
웰스파고는 이날 기술주 투자의견을 ‘유망’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기술주가 12개월 후행 주가수익비율(PER) 46배 이상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봤다. S&P500지수의 후행 PER은 29배 수준이다.
천문학적인 지출이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JP모간은 AI산업이 2030년까지 연 10% 수준의 수익률을 내려면 연 6500억달러 이상 매출을 달성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JP모간은 “이 같은 매출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0.58%, 혹은 현재 아이폰 사용자가 1인당 월 34.72달러를 내야 가능한 수준”이라며 “시장에 드라마틱한 패자가 속출할 수 있다”고 했다.
(4) ‘실러지수’도 경고등
AI 관련주에 대한 과열 경고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주식시장 과열 정도를 나타내는 실러지수는 닷컴 버블 이후 2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개발한 이 지수는 최근 10년간 S&P500 기업의 평균이익과 비교한 현재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11일 기준 40.4를 기록했다. 지수가 높을수록 경기 및 기업의 실적보다 증시가 과열됐다는 뜻이다. 실러지수의 전체 장기 평균은 17 정도다.
(5) ‘빅쇼트’ 주인공 “빅테크 이익 부풀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 붕괴를 예측한 마이클 버리는 빅테크의 이익이 실제보다 과대 평가됐다고 경고했다. 버리는 전날 알파벳, 아마존,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다섯 곳이 최근 5년간 발표한 네트워크·컴퓨팅 장비의 내용연수를 공개하며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 이익을 인위적으로 부풀려 장부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버리는 올초부터 “AI 투자 열풍이 1990년대 말 닷컴 버블을 연상시킨다”고 경고했다.
최만수/김동현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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