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사모펀드(PEF) 손을 거친 기업들이 국내 30대 그룹보다 네 배 더 빠르게 성장했다. 고용 증가율도 세 배 더 높았다. 홈플러스 사태 이후 정치권 중심으로 PEF를 ‘먹튀 자본’으로 보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성장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가 2015년부터 10년 동안 국내 PEF가 인수해 매각했거나 보유한 304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12%였다. 이 기간 국내 전체 기업 성장률이 반영된 실질 국내총생산(GDP) 연평균 증가율(4%)의 세 배가 넘었다.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성장률은 2.8%에 그쳤다.
고성장 비결은 ‘투자’였다. PEF가 경영하는 기업들은 연평균 설비투자를 10%, 연구개발(R&D) 투자를 16% 늘렸다. 이는 국내 제조업 전체 설비투자 증가율(3%)과 상위 1000개 기업의 R&D 투자 증가율(6%)보다 각각 3.3배, 2.6배 높은 수준이다. 적기에 자금이 공급돼 활기를 찾은 기업들은 일자리도 늘렸다. PEF가 투자한 기업의 고용 증가율은 연평균 9%로 전체 기업(4%) 대비 2.6배 컸고, 임금 상승률도 평균(3%)보다 세 배 높은 9%에 달했다.
올해로 국내 도입 20년을 맞은 PEF는 인수합병(M&A) 시장 거래액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대기업의 산업 재편 과정에서 드러나는 존재감은 더 크다. 지난 3년간 SK, LG, 롯데 등 대기업에서 나온 3000억원 이상 매물 22건 중 18건(81%)을 PEF가 인수했다. 거래금액 기준 총 24조원 중 19조원이 PEF에서 나왔다.
안지수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단기 수익만 추구하며 기업 체력을 갉아먹는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PEF를 기업 성장을 이끄는 파트너로 활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차준호/박종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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