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이 꽈리처럼 부푸는 대동맥류가 복부 혈관에 생기면 치료법은 크게 두 가지다. 배를 여는 수술로 혈관 바깥쪽에 인조 혈관 등을 덧대거나 배를 여는 대신 허벅지 등의 혈관을 이용해 문제가 생긴 부위까지 이동한 뒤 스텐트(가는 관) 그라프트(인조혈관)를 넣어 파열을 막는다.유지훈 중앙보훈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부장은 복부 대동맥 파열 환자를 위한 스텐트 시술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한 의사다. 2017년 복부는 물론 흉부를 포함한 대동맥류 스텐트 시술 500건을 국내 처음으로 달성했다. 지난해엔 복부 대동맥류만 스텐트 시술 1000건을 넘었다. 유 부장은 “통상 흉부외과는 수술에 집중하지만 스텐트 시술을 도입한 뒤 좀 더 폭넓게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며 “스텐트 시술을 하다 언제든 수술로 전환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기 때문에 시술 건수를 확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 부장이 전공한 흉부외과 의사들은 주로 이런 대동맥류도 수술로 치료한다. 스텐트 시술은 내과나 혈관외과 등의 영역으로 여겨져서다. 초기 대동맥류 환자를 볼 때 유 부장도 수술 중심 치료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2007년께부터 스텐트를 적극 도입했다. 환자가 갖는 이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동맥류를 치료하기 위해 개복 수술을 할 땐 전신 마취를 해야 하는 데다 최소 1주일가량은 입원 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 나이가 많아 수술 부담이 큰 환자는 이런 이유로 대동맥류 치료를 포기하기도 한다. 국소마취로도 할 수 있는 스텐트 시술은 시술 다음 날에도 바로 환자가 퇴원할 수 있다.
유 부장은 수술과 스텐트를 접목한 하이브리드 시술도 국내 처음으로 시행했다. 대동맥궁 치환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개흉 없이 개창형 스텐트를 넣으면서 혈관을 잇는 수술을 동시에 한 경험도 있다.
그는 “최근엔 96세 환자의 흉부와 복부 대동맥류도 동시 시술을 통해 성공적으로 치료했다”고 말했다. 흉부엔 개창형 스텐트를, 복부엔 대동맥류 스텐트를 각각 함께 시술하는 복합 시술을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국내에도 많지 않다. 개창형 스탠트는 기존 스텐트 그라프트와 달리 작은 구멍이 있어 주요 동맥 분지로 혈액이 흐를 수 있도록 돕는다. 고려해야 할 혈류도 많아지기 때문에 시술 난도도 높아질 수 있다.
시술이 복잡한 환자가 많다 보니 3차원(3D) 프린팅을 활용해 접근법을 고민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최근엔 차세대 스텐트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그는 “국내 의료진이 개발한 개창형 대동맥 스텐트 그 리프트 임상시험에 참여해 절반 가까운 임상 시술을 시행했다”며 “국내 의료기관 중엔 참여 환자가 가장 많다”고 했다.
대동맥류 환자에게 그가 항상 강조하는 것은 금연이다. 유 부장은 “시술받은 뒤 담배를 피우다 재발해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며 “혈압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심장 초음파 검사 등을 할 때 복부 쪽을 잠깐만 살펴봐도 대동맥류를 확인할 수 있어 조기 발견에 도움된다”며 “시술 후엔 1년에 한 번은 병원을 찾아 스텐트 상태를 봐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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