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항소 포기를 두고 검찰 내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 차장)이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항소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3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는데, 모두 항소를 포기하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신중히 판단해 달라"는 의견만 전달했으며 "지침을 준 적 없다"고 밝힌 설명과 엇갈리고 있다.
23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노 대행이 대장동 개발비리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이 차관과의 통화였다고 설명했다.
노 대행은 지난 10일 대검찰청 소속 과장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이진수 차관과 항소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검찰 스스로 항소 포기하는 방안 등 몇 가지 선택지를 제시받고 결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특히 공판·수사팀의 항소 의견에 대해 이 차관은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지휘권 발동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까지 언급해 항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검은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정과 공판·수사팀의 의견에 따라 항소할 예정이었으나 법무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란 최후 압박에 뜻을 굽힐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 설사 중앙지검이 항소를 강행했더라도 항소 취소를 지휘할 수도 있다.
노 대행은 이 차관이 제시한 선택지들의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고 알려진다. 다만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선택할까 하는 후회가 남는다"며 항소 포기가 실책이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노 대행은 "용산·법무부와의 관계를 생각해야 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결국 노 대행은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과 법무부의 항소 반대 의견 사이에서 '윗선'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공판·수사팀의 의견을 묵살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앞서 정 장관은 법무부가 대검찰청에 지시하거나 지침을 제시했는지에 대해 "다양한 보고를 받지만, 지침을 준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라는 정도의 의사 표현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통상적으로 중요 사건은 검찰을 통해 법무부 보고가 이뤄지는데, 선고 결과를 보고받은 뒤 처음엔 항소 여부를 신중히 알아서 판단하라고 이야기했다"며 "이후 두 번째로 대검 보고가 왔을 때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게 있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장동 사건을 수사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지난 8일 새벽 검찰 내부망에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한 경위를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강 검사는 "사건 담당 수사·공판팀은 회의를 통해 항소를 제기하기로 의견을 취합했고 중앙지검장으로부터 항소 제기를 결재받기도 했는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항소장 접수가 미뤄졌다"고 했다. 또 대검 등에 상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검 내부적으로 항소할 사안으로 판단했으나 법무부 장·차관이 반대했고, 중앙지검 수뇌부가 대검을 설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강 검사는 "중앙지검과 대검 수뇌부가 판단을 번복하게 된 경위에 대해 국민과 검찰 구성원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차관이 항소 포기 관련 세 가지 선택지를 줬는데 모두 항소 포기 관련이었다는 노 대행의 발언에 야권에서는 반발이 쏟아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세 가지 선택지를 줬는데, 모두 다 ‘항소 포기’로 가는 길이었다는 이야기, 이거 젊은 세대가 기겁할 만한 꼰대의 갑질 아닌가"라면서 "선택지를 묻는 듯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는 이런 식의 법무 행정 운영이 말이 되나"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회사에서 부장이 회식 메뉴를 '짜장면, 짬뽕, 볶음밥 하는 집 중에 고르라'고 하는 건, 결국 중국집 가고 싶다는 뜻 아닌가"라면서 "이래 놓고 '나는 선택권을 줬다'고 하고 다니면, 그게 조직에 대한 작정한 도발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래도 한 나라의 주요 범죄자들을 상대하는 조직인데, 이래서야 범죄자들에게 얕보이지 않겠나"라며 "비열하기까지 하다"고 꼬집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차관과 노만석 대행 간 서로 말이 완전히 정반대인데 이는 대장동 항소 포기는 명백한 범죄이기 때문이다"라며 "이번 항소 포기가 얼마나 잘못된 것임을 잘 알기에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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