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에서 임대인 정보공개 범위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임대인도 임차인 정보를 확인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청원이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선진 임대시장'을 구현하려면 임대인뿐 아니라 임차인도 동등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악성 임차인으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한 임차인 면접제 도입에 관한 청원'이 공개됐다. 해당 청원은 전일 동의 기간이 시작돼 127명의 동의를 받았는데,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게 되면 상임위원회에서 본격적인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
청원인은 "깜깜이 임차 계약 시스템으로는 내 집에 전과자가 들어오는지 신용불량자가 들어오는지 알 길이 없다"며 "상호 간 분쟁방지 및 임대인 재산권 보호를 위해 서로 믿고 계약할 수 있는 임차인 면접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차인 면접 또는 서류심사를 통해 신용도, 월세 지급 능력, 거주 태도 등을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다.
세부적으로는 1차 서류전형에서 △대출 연체 유무를 알 수 있는 신용정보조회서 △범죄 유무를 알 수 있는 범죄기록회보서 △월세 지급 능력 확인을 위한 소득금액증명원 △세금 체납 여부 확인을 위한 세금완납증명서 △거주 가족 일치 여부를 따질 수 있는 가족관계증명서 제출을 요구했다.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2차 면접을 통해 임차인의 월세 납부 방법과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3차로 임차인 인턴과정을 통해 월세 미납이나 주택 훼손, 이웃과의 갈등 등 문제 소지가 없는지 확인하는 기간을 거친 뒤 문제가 없는 경우에만 임대차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청원인은 "임대차 계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집주인이 신뢰할 수 있는 세입자를 선택해야 한다"며 "독일,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 임대차 시장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관행으로 행해지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실제 해당 국가들에서는 세입자가 개인 신상정보와 급여명세서 등을 집주인에게 제출하고 면접을 통과해야 임대차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해당 국가들과 같은 선진 임대차 시장 조성을 위해 임대인에 대한 정보공개 범위 확대를 추진하는 만큼, 임차인에 대한 정보 공개도 동반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최근 국회에서는 현행 2년인 임대차 계약 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갱신청구권을 두 차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기존 2+2년인 임대차 계약 기간을 3+3+3년으로 바꾸자는 내용이다. 여기에 더해 임대인의 납세증명서와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 등 정보제공 의무를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은 "독일, 미국, 프랑스 등은 임대차 기간이 무기한"이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도 임대인 정보 공개 범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임대인 및 임대차 물건에 대한 정보 제공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국토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를 기반으로 하는 '임대인 정보조회 제도'도 시행 중이다. 임차인은 계약 체결 전부터 임대인의 △HUG 전세금반환보증 가입 주택 보유 건수 △보증 금지 대상 여부 △최근 3년간 대위변제 발생 건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도 전세사기 위험 분석 보고서 서비스를 통해 임대인의 신용도, 보유 주택 수, 주소 변경 빈도 등을 임차인에게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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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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