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양국의 위상 변화는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세계 최고의 패권국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핵심 전략적 현안에만 집중, 주목받을 수 있는 일대일 회담에만 참석했습니다. 정작 APEC 본회의에는 불참하고, 조기 귀국했습니다. 미국의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과 중국의 상대적 부상, 그리고 양국 간 경쟁 구도는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 등에는 강하게 대하고 중국에는 꼬리를 내리는 행태를 비꼰 '타코'(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언제나 물러선다)를 이번에도 확인했습니다. 미국이 오랫동안 보여준 세계적 리더의 모습은 사라졌습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지난 10월 30일부터 2박3일 간 경주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와 한국 국빈 방문 일정을 충실히 소화하며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국제 협력을 강조하고 중국 외교의 리더십을 부각했습니다. 미국의 APEC 본회의 불참은 중국의 영향력 확장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다수입니다.
반면 중국은 내수 중심 성장과 산업 자립, 첨단 기술 내재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아 브릭스(BRICS) 및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와의 연대를 강화하며 미국 중심 질서에 도전하는 대안 세력으로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중국 제조업은 전 세계의 28%를 차지하며 성장에 30% 이상 기여하고 APEC 경제체제의 경제 성장에 대한 기여율은 50%를 초과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은 반세계화의 상징으로, 리쇼어링, 제조업 보조금 등 정책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중국에서 미국 본토로 옮기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투자 협박이 30년 전 이탈한 제조업을 완전히 되돌리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드 사태 이후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으로 생산 기지를 옮겼지만, 핵심 소재·부품에서 중국 의존도는 여전히 높습니다. 최근 대중 수출은 30% 이상 감소했지만, 핵심 부품과 원자재 수입은 변하지 않고 있어 중국 공급망과의 긴밀한 구조가 견고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의 '탈중국화'는 현실적으로 장기간에 걸친 점진적 전환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전략은 '탈중국'이 아닌 '복수 공급망 체계의 병렬화'가 합리적인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대륙별 현지화, 연구·개발(R&D) 거점 분산, 인력과 네트워크 확충, 문화 차이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며, 이에 대한 준비와 실행이 시급합니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 중심 첨단산업 재편에서 기회를 확보하는 동시에, 중국 및 브릭스 등 미국 이외 시장에서의 한국 위상 확립이라는 도전을 돌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더불어 한국 반도체는 인공지능(AI), 5G,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 현대 디지털 산업 전반의 기초 소재로 국가 경제 성장과 수출의 핵심 동력인 중요한 전략 자산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의 경쟁력은 제조를 잘하는 수준을 넘어서 사람과 문화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K콘텐츠', 'K품질', 'K푸드', 'K경영' 등은 한국의 귀중한 자산이며, 전 세계 약 700만 한인 디아스포라는 사실상의 경제 영토이자 자산입니다.
이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외교, 무역, 투자의 공식 및 비공식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국가 차원에서 '글로벌 한국인 생태계'의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한국은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국익을 지키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냉철한 전략적 판단과 균형 잡힌 외교, 그리고 민간과 정부 간 긴밀한 협력이 절실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 경상남도 투자유치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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