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감정인으로 마주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부동산 소송 중에 ‘상가 권리금 회수’ 분쟁이 있다. 자영업자라면 피땀 흘려 가게를 운영하면서 쌓은 영업적 가치(입지·고객기반·브랜드 신뢰 등)를 우회 없이 환수하길 기대하게 마련이다. 실제로 권리금이라는 것은 현실에 분명히 존재하며 거래 관행상 반드시 권리금을 내야만 하는 경우도 많다.
억 단위가 넘는 상가 권리금을 자랑하는 상권이나 충성 고객층이 두꺼운 상점, SNS 감성이 풍부한 특별한 인테리어 등 권리금을 구성하는 종류도 다양하다. 이렇게 분명히 존재하는 권리금 회수의 기회가 제약되는 경우 분쟁이 발생한다.
권리금은 일반적으로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바로 바닥권리금·시설권리금·영업권리금이다.
바닥권리금은 일종의 ‘자릿세’다. 유동인구가 많고 접근성이 좋은 입지일수록 자릿세도 높다. 병원 밀집 지역의 약국, 대학가의 카페처럼 업종과 입지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경우 수요와 경쟁의 힘이 그 자체로 프리미엄이 된다.
시설권리금은 인테리어나 설비, 비품 등 유형자산의 가치에 대한 대가를 말한다. 최근 상권에서는 ‘인테리어가 영업력’이라는 말이 통한다. SNS 시대의 소비자는 사진 한 장에 끌리고 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인테리어, 냉난방, 환기시설, 주방기기 등 설비에 해당하는 부분은 감가되는 자산이기 때문에 감가상각률에 따라 문제시되는 시점으로 현실화하여 평가한다.
아무리 고급 자재라도 감가 누계가 크면 권리금에 반영되는 비중은 급격히 낮아질 수 있다. 이처럼 감가상각이 적용되므로 신품가 그대로 권리금에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가장 복잡한 항목은 영업권리금이다. 단골, 거래처, 브랜드 인지도, 레시피나 운영 노하우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영역은 통상 ‘무형자산 평가’로 분류되며 미래의 영업이익을 예측해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방식(DCF, 현금흐름할인법)이 활용된다.
단순히 ‘장사 잘된다’는 인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감정평가사는 일정 기간 매출추세, 인근 유사업종의 영업률, 회전율 등을 분석해 영업이익을 추정하고 그 기대이익을 근거로 가치를 산출한다.
그러나 이렇게 실질적 가치가 존재함에도 법적 보호 범위는 제한적이다. 2015년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4는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하지만 이는 건물주가 합리적 사유 없이 신규 임차인을 거절했을 때만 적용된다.
건물 구조 변경, 업종 충돌, 재건축 계획 등이 있다면 정당한 거절 사유로 인정된다. 대법원도 2023년 3월 선고(2022다293600 판결)에서 “건물주의 합리적 사유가 존재하면 권리금 회수 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즉 법이 보호하는 것은 ‘권리금 그 자체’가 아니라 권리금 받을 기회라고 볼 수 있겠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손해액을 숫자로 증명해내는 감정평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필자의 사무소에도 종종 권리금 손해배상 감정평가 의뢰가 들어온다. 예를 들어 기존 세입자가 환기시설을 새로 설치하고 음식점을 운영하다가 신규 임차인을 구했는데 건물주가 ‘외관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입점을 거부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따라 기존 세입자는 권리금을 회수할 수 없었는데 감정평가를 통해 실질 권리금 가치를 산정하였고 이는 법원 손해배상 판단의 근거로 활용됐다.
손해배상을 받아야 한다면 결국 ‘얼마의 손해가 발생했는가’를 숫자로 증명하는 것은 결국 청구하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권리금은 단순한 ‘프리미엄’이 아니다. 법적 권리와 경제적 가치, 입지 경쟁력, 영업성과 데이터가 복합적으로 얽힌 복합가치다.
박효정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토지보상행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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