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의 최장기 셧다운(일시 업무정지)가 43일만에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저녁 하원에서 통과된 단기 지출법안(임시예산안)에 서명했다. 상원에서 지난 10일 통과한 법안이 이날 하원에서도 찬성 222표, 반대 209표로 최종 통과된 데 이어 대통령 서명까지 마치면서 13일부터 연방정부 운영이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셧다운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가 1조5000억달러(약 22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또 셧다운 해제를 “공화당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약 2000만명 이상이 오바마케어로 보조금을 받고 있는 만큼 내년에 제도 종료로 의료보험 가격이 2~3배 급등할 경우 이에 대한 정치적인 부담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셧다운을 통해 트럼프 정부가 오바마케어 연장에 반대했다는 것을 국민에게 뚜렷이 각인시킨 만큼 반드시 패배는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내년 중간선거에서 현 정부 책임론을 제기할 수 있는 바닥을 다진 셈이기 때문이다.
의회예산처(CBO)는 정부 셧다운이 6주 동안 이어질 경우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5%포인트(연율 기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CBO는 GDP 감소분의 대부분이 이후 회복되겠지만 70억~140억달러 규모의 손실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셧다운으로 인해 “10월 고용 및 소비자 물가지수(CPI) 보고서가 영구히 발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미 노동통계국(BLS)과 상무부 산하 인구조사국(CB), 경제분석국(BEA) 등 주요 통계기관은 셧다운 기간 동안 경제 데이터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했다.
10월 보고서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는 셧다운 기간 동안에도 줄곧 제기됐다. 미 정부는 매달 12일이 포함된 주에 현장 조사원이 무작위 표본 가구와 기업에서 고용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으나, 지난 달에는 이런 절차를 밟을 수가 없었다. 물가조사도 사후적으로 현장을 확인하는 것은 상당한 오류 가능성을 내포한다. 게다가 관련 기관 인력이 20~30%씩 감축된 탓에 두달치 조사를 한꺼번에 하기에는 사정이 여의치 않다.
당장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참가자들은 다음 회의(12월 9~10일)에서 ‘깜깜이 금리 결정’을 해야 할 처지다. 이미 지난 10월에도 일부 지표가 누락된 채로 FOMC가 진행됐지만, 당시엔 9월 데이터가 있었다.
Fed 등의 연구진은 다른 보조지표를 수집해서 정규 데이터 대신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한 연방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도 (현장 조사 등이 어려워) 데이터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면서 “판단을 도울 수 있는 여러 현장 데이터, 특히 보다 신속하게 분위기를 전할 수 있는 주간 단위 데이터를 다양하게 수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전날 CNBC에서 “데이터 기관이 정상화되기 전까지 한동한 ‘흐린 날씨’ 속에서 (투자자들이) 헤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편 운항 정상화에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주요 공항 40곳의 항공편 운항 감축률을 6%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와 항공업계는 항공편 운항이 셧다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약 일주일은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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