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조선 전신인 STX조선해양은 2012년 세계 3위 조선사(수준 잔량 기준)에 오르는 등 한국 조선 ‘빅4’(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중 하나였다. 벌크선과 중형 탱커선 등 범용 선박으로 범위를 좁히면 세계 1~2위를 다퉜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규 선박 발주가 끊기고 중국의 저가 공세가 본격화하면서 ‘고난의 항해’가 시작됐다. 여기에 3조원을 들여 투자한 중국 다롄조선소가 큰 손실을 냈고 결국 모기업인 STX그룹 부도로 이어졌다.
생존 기로에서 케이조선이 찾은 돌파구는 중소형 탱커(유조선)였다. 대형 조선사가 꺼리는 틈새시장에 집중한 결과 현재 7만4000t급 탱커 시장 점유율 19.1%로 세계 1위에 올랐다. 작년 7월엔 세계 최초로 액화천연가스(LNG)와 디젤연료를 함께 쓸 수 있는 중형(5만t급) 탱커를 개발하는 등 기술력에서도 중국 기업을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덕분에 케이조선 실적은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84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58억원)보다 436% 늘었다. 4분기 실적을 포함하면 2012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케이조선이 한·미 조선업 협력의 상징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인수전 참여에 영향을 줬다. 케이조선은 경남 진해 조선소에 연간 선박 6척을 유지·보수·정비(MRO)할 수 있는 시설 공사를 하는 등 사실상 마스가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케이조선은 2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연간 MRO 가능 선박을 32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진해조선소는 미국 해군 제7함대 소속 미해군함대지원단이 상주하고 있는 진해 해군기지와 6㎞ 거리여서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업계는 태광그룹이 풍부한 현금과 유동 자산을 바탕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는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달 애경산업 지분을 47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본계약을 맺은 게 대표적이다. 금융 계열사인 흥국생명은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 본입찰에 뛰어들었다. 지난 6월 말 기준 태광산업이 보유한 유동자산은 2조1700억원 규모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040억원에 그치지만 서울 성수동과 강남, 부산 등지에 알짜배기 땅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 평가를 제대로 할 경우 평가 금액만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인수합병(M&A) 실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박종관/차준호/김우섭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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