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도심 개발의 숙원 사업 중 하나로 꼽히는 세운상가 일대가 다시 정치권 정면충돌의 지점에 섰다. 2006년부터 개발 논의가 오갔으나 번번이 무산되거나 지연됐던 세운 4구역 사업이 최근 대법원 판결로 탄력을 받으면서다. 대법원이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지정한 구역 밖에서 지방자치단체 재량에 따라 개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법적 걸림돌은 제거됐지만, 정치적 논쟁은 오히려 더 거세지는 모양새다.
핵심은 세계유산에 등재된 종묘 경관 훼손 우려를 둘러싼 평가의 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종묘는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국가의 사당이다. 오늘날까지 매년 종묘제례를 거행하는 우리 선조의 정신이 깃든 장소"라며 "종묘의 앞마당은 단순한 공터가 아니라, 서울의 역사와 정체성이 숨 쉬는 상징적인 장소다. 그 앞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순간, 서울의 품격은 빛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서울시와 국민의힘은 종묘와 재개발 지역 거리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기준인 100m 밖에 있으며 종묘로부터 멀어질수록 낮은 건물부터 높은 건물까지 단계적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종묘의 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정부와 민주당은 종묘를 빌미로 도시 발전을 가로막지 말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번 갈등을 좀 멀리서 바라보면, 보수 성향 단체장은 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진보 진영에서는 교통과 안전, 경관, 투기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여야가 맞붙는 이런 갈등은 과거 비슷한 모습으로 이미 여러 차례 일어난 바 있다.
이명박 후보는 "청계천 복원은 환경을 되살리고 서울을 동북아의 거점도시로 만들기 위한 필수 사업"이라며 "청계천을 복원해 서울 개발의 꿈과 상징으로 만들겠다"고 했고, 김민석 후보는 "시정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최악의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선거는 이명박 후보의 승리로 끝났고, 2003년 7월 착공해 2005년 9월 완공된 청계천 복원 사업은 지금까지도 성공적인 시정 사례로 꼽힌다. 청계천이 서울 시민의 만족도가 높은 대표 보행 공간으로 자리 잡고,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도시재생 명소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우려했던 교통 혼잡은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를 지적하며 "지금 청계천은 서울 시민에게 사랑받는 도심 속 휴식 공간이 됐고, 서울을 글로벌 도시로 키운 랜드마크가 됐다"며 "그때 김 총리의 말을 따랐다면 오늘의 서울은 세계 10대 도시 위상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운4구역 정비도 정치적 반대를 넘어 미래 가치를 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2009년 당시 민주당 부대변인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가 제2롯데월드 건립을 허가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하자 3월 31일 브리핑에서 "국가 안위를 위태롭게 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명백한 헌법위반"이라며 "정부는 그동안 여론 수렴과 안전성 검증을 하는 모양을 취했으나, 이는 모두 생색내기 절차와 형식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또 "재벌 친화적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대통령의 친구가 롯데 총괄사장으로 임명되면서 제2롯데월드는 사실상 허용된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논쟁의 핵심은 초고층 빌딩이 군 공항 항로를 위협한다는 안보·안전 문제였다. 군은 500m 높이의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면 6㎞ 떨어진 서울공항에 이착륙하는 군용기의 비행 안전이 저해된다는 반대 논리를 폈고, 민주당 의원들을 인허가 절차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러나 사업은 최종 인허가를 받아 건설됐고, 지금은 서울 동남권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용산정비창 국제업무지구 개발은 현재진행형 사례다.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의 개발 발표 이후 '단군 이래 최대 개발'이라 불린 이 사업은 초고밀 복합개발을 목표로 출발했으나, 2008년 리먼브러더스발 국제 금융 위기가 터지는 등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고 PF(프로젝트파이낸싱) 구조가 붕괴하며 좌초했다. 당시 민주당은 '투기적 개발', '공공성 실종' 등을 거론하며 사업을 강하게 비판했었다. 이 사업은 오 시장이 재취임 한 이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2024년 다시 개발계획을 고시하며 다시 재부상했다.
그러나 이후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면서 다시 부지 활용을 두고 갈등의 씨앗이 움트는 모습이다. 서울시가 초고층 업무지구 중심으로 복합 개발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용산정비창을 주택공급 부지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다. 민주당에서는 용산 정비창 부지에 아파트 2만 세대를 공급하자고 제안했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계부처와 점검해서 주택으로 공급이 가능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서울로 7017은 개장 초기엔 관광객과 시민이 몰렸지만, 비·눈·폭염을 피할 곳이 부족하다는 등 문제가 제적됐다. 결국 이용자가 줄어들면서 "예산 투입 대비 활용도가 낮다", "회색 콘크리트 구조물이 도심 스카이라인을 해친다"는 등 비판이 이어졌다. 오세훈 시장 재취임 뒤엔 철거 및 재구성이 논의되며 존폐 갈림길에 서 있는 상태다.

박 시장 임기 때 추진돼 오 시장 임기 때 완공된 '광화문 광장 재조성' 사업도 있다. 박 시장은 2011년 보궐선거 때부터 광화문 일대를 보행·역사 중심의 시민광장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밝혔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청회 등을 열며 사업을 구체화했다. 사업은 박 시장 사장 이후인 2020년 착공됐고, 완공은 오 시장 취임 이후인 2022년 이뤄졌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과정에서 "'광장 성형'에 혈세를 쏟아붓는다", "졸속으로 밀어붙이는 사업이다"는 등의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차량 통행을 정부서울청사 쪽으로 모으고, 서쪽은 산책로와 녹지, 분수 등으로 확장한 광화문 광장 재조성 사업은 보행 동선이 좋아졌다는 등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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