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으로 진료를 받는 사람이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는 2020년 83만2483명에서 지난해 110만6658명으로 32.9% 증가했습니다. 우울증은 다른 질환에 비해 진단 과정이 길고 복잡합니다. 건강보험공단 주요우울장애 진단 기준에 따르면 면담과 정신상태 평가에 더해 피로·무기력 등이 다른 질환 때문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경우에 따라 혈액검사도 필요합니다. 최근 이런 절차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침 한 방울로 우울증, 조울증 등 정신질환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습니다.브라질 상파울루대 연구진은 사람 침에서 우울증 관련 단백질인 ‘뇌유래신경성장인자’(BDNF)를 3분 만에 측정하는 저비용 바이오센서를 개발했습니다. 전극이 부착된 유연한 스트립 형태인 이 센서는 침을 떨어뜨리면 단백질 농도를 3분 안에 계산합니다. 침 샘플도 0.1mL 정도면 충분해 별도의 전처리 과정 없이 바로 측정이 가능합니다.
BDNF는 우울증의 핵심 바이오마커로 우울증과 가장 밀접하게 연구된 단백질입니다. 뇌 신경세포의 성장과 연결, 스트레스 회복에 관여하는 물질로, 우울증 환자에게서는 건강인보다 농도가 뚜렷하게 낮게 나타납니다. 건강한 사람은 BDNF 수치가 20ng/mL(밀리리터당 나노그램) 이상인 반면 주요우울장애 환자는 12ng/mL 미만으로 떨어집니다. 센서는 주요우울장애 환자 기준치(12ng/mL)의 1조분의 1에 해당하는 극미량의 BDNF를 감지해 우울증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미세한 BDNF 변화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이 센서는 개당 제작비가 2.19달러에 불과해 상용화되면 정신건강 검사 접근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진은 기존 정신질환 검사 방식보다 훨씬 간편하고 저렴한 데다 복잡한 전처리 과정 없이 바로 분석이 가능해 의료진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자가검사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최근 다수의 임상 연구에서는 항우울제 치료 이후 BDNF 수치가 다시 회복되는 현상이 보고돼 센서가 치료 반응을 모니터링하는 도구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향후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 모니터링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파울루 페레이라 상파울루대 물리학연구소 교수는 “스마트폰 블루투스 연동을 통한 자가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ACS 폴리머’ 8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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