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무역·안보 협상의 최종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확정돼 14일 발표됐다.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3500억달러 대미 투자펀드 양해각서(MOU)와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25%→15%) 관련 조항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양국이 윈윈(win-win)하는 한·미 동맹 르네상스의 문이 활짝 열렸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지난 8월과 10월 두 차례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문서화한 A4 용지 6장 분량의 조인트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백악관도 같은 시각 조인트 팩트시트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팩트시트에는 관세 인하와 대미 전략투자 등 경제 협력, 국방비 증액 등 미국이 추진해 온 ‘동맹 현대화’를 중심으로 한 안보 영역이 망라됐다. 이 대통령은 “한·미 동맹은 안보와 경제, 첨단 기술을 포괄하는 진정한 미래형 전략적 포괄 동맹으로 발전, 심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한다”고 적시됐다. 한국이 만드는 재래식 핵추진 잠수함에 미국이 연료(농축 우라늄)를 어떻게 공급할지를 놓고 후속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건조 위치에 관한 문제는 정리됐다”고 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협정에 따르면 미국 동의가 있어야 20% 미만 농축이 가능하고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불가능하다.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한·미 원자력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고 명시됐다. 이 대통령은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했다.
팩트시트에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이날 체결한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 관련 MOU의 핵심 내용도 담겼다. 2000억달러를 연간 최대 200억달러씩 나눠 투자하고 1500억달러는 ‘마스가’(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부과된 품목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반도체는 사실상 우리와 경쟁 관계인 대만을 염두에 두고 이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한다”고 명시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관세 협상을 위해 노력한 정부 관계자들께 감사하다”고 전달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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