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잡이 원양어선에는 선원을 위한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셰프 한 명이 있다. 이 가운데 김종인 동원산업 해양수산본부 조리장(38·사진)은 국내 최연소이자 최장수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2010년 시작해 15년째 배에서 선원들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 그가 좋아하는 별명은 세계 바다를 누빈다는 뜻의 ‘적도의 셰프’다.김 조리장은 특성화 고교인 부산 조리고를 거쳐 부산과학기술대(옛 부산정보대) 호텔조리제과제빵과를 졸업했다. 졸업 동기들은 대부분 호텔, 급식업체 등에 취업해 셰프를 하거나 개업을 택했는데 그는 바다에서 진로를 찾았다. 군 복무 중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평전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됐다고.
그는 “장기간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고됨은 있지만 경제적 보상이 확실한 직업”이라고 소개했다. 돈은 얼마나 벌까. 1년 이상 배를 타고 오면 세후 1억2000만~1억3000만원 이상이 들어온다고 한다. 500만원짜리 원룸에서 신혼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아내에게 작은 건물을 사 줬을 만큼 돈을 꽤 모았다고 한다.
참치잡이를 위해 한 번 출항하면 1년~1년 반 정도 선내 생활을 한다. 채소 과일 곡류 등 식자재를 사람 수와 항해 일수를 감안해 계산하고 선적하는 일부터 선원들의 영양 설계까지 그의 몫이다. 채소는 신선도가 1개월 이상 유지되지 않기 때문에 중간 보급선이나 기항지 등에서 보충해준다. 그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다국적 선원들이 함께 근무하는 만큼 보편적인 맛을 추구하되 선원들이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맞춤형 조리법을 개발하기도 한다”고 한다. 든든한 끼니는 성과로 이어진다. 그가 승선한 배는 동원산업 전체 어선 가운데 어획량 1위를 여러 차례 기록했다.
김 조리장은 “지도를 거꾸로 돌려 보며 눈을 바다로 향하면 미래가 보인다는 김 명예회장의 어록이 내 삶에 펼쳐졌다”며 “ 누구도 잘 가지 않는 길을 가면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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