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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업 규제의 반사이익…'글로벌 금융허브'로 뜨는 인도

입력 2025-11-17 15:33   수정 2025-11-17 15:34

미국 월가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인도에서 고급 금융 인재 채용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인도가 더 이상 단순 백오피스(지원부서)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전문직 취업비자(H-1B)의 문턱을 높이자 월가의 시선이 인도 현지 채용으로 이동하며 되레 인도 금융 시장을 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 인도 금융센터서 월가 핵심 업무
1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6개 대형 은행은 인도에 둔 글로벌 역량센터(GCC)에서 약 15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JP모간은 이미 전 세계 직원의 약 20%를 인도에서 채용하고 있으며,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미국 외 지역에서 인도 인력 규모가 가장 크다. 1990년대 단순 백오피스 기능에서 출발한 인도 금융센터가 이제 세계 금융사들의 핵심 업무를 수행하는 중심지로 변모했다는 의미다. 대신 단순·저가형 업무는 필리핀 등으로 이동했다.

현재 벵갈루루·하이데라바드·구르가온·뭄바이에는 리스크 분석가, 투자 전문가, 정보기술(IT) 인력 등 고급 인력이 대거 모여 있다. 미국 간편이체 서비스 ‘젤’, 블랙록의 투자분석 플랫폼 ‘알라딘’,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시스템 ‘아틀라스’, 각종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업무 혁신 도구 등이 모두 이 지역에서 개발됐다.

골드만삭스의 인도 인력은 2004년 300명에서 현재 8000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벵갈루루에서만 38명을 매니징디렉터(MD)로 승진시켰다. 올해 승진한 총 638명의 매니징디렉터 가운데 뉴욕, 런던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매니징디렉터는 골드만삭스의 최고 직책인 파트너 바로 아래 직급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신용 리스크 관련 최고관리책임자(CAO)를 인도에서 채용 중이다. 오크트리캐피털은 하이데라바드에 두 번째 인도 사무소를 열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일부 은행은 인도에서 대지진이라도 발생하면 본사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평가할 정도”라고 보도했다. 바클레이즈 인도 사업부의 프라모드 쿠마르 최고경영자(CEO)는 “수십 년에 걸쳐 인도는 은행들의 GCC 확장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했다”며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의 글로벌 운영을 지원하는 데 있어 인도 GCC의 상업적 가치는 이미 확실히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 트럼프 H-1B 규제로 ‘반사이익’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규제 강화가 월가의 인도 현지 채용을 더 빠르게 늘리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H-1B 비자 수수료를 기존 1000달러(약 150만원)에서 10만달러(약 1억5000억원)로 100배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미국 H-1B 승인자의 72%가 인도 국적으로, 2위인 중국(11.7%)을 압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소프트웨어산업연합회는 인도 GCC 고용 규모가 2030년까지 약 50% 늘어 28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 GCC의 연간 매출도 2030년에는 1000억달러(약 14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5년 전(404억달러)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인도 오피스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세빌스 인도 법인의 아누라그 마투르 CEO는 “인도 내 허브의 급성장에 힘입어 올해 임대 거래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며 “임차 기업의 절반 정도가 향후 5년 안에 신규 GCC를 설립하거나 기존 센터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 7대 도시의 GCC 관련 임대 면적은 맨해튼 전체 오피스의 5분의 1 규모”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인도의 임금 격차도 빠르게 줄고 있어 미국으로 이민하려는 유인도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 내 급여는 최근 5년간 두 배로 뛰었고, 이직 시 15~25%가량 급여가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도 경영 컨설팅 기업인 지노브의 파리 나타라얀 CEO는 “미국과의 급여 격차가 좁혀지면서 미국행을 선택하는 인도 고급 인력이 계속 줄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도 엔지니어 연봉은 여전히 30만~80만 루피(약 500만~1300만원)로, 미국 내 H-1B 근로자(6만달러·약 8800만원)나 미국인(12만달러·약 1억7600만원)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인도 정부도 GCC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도 중앙정부와 주정부는 세제 혜택·보조금·신속 인허가 등을 내세워 GCC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세제 및 연구개발(R&D) 지원책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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