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나자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중등교사노조)이 수능 감독 시스템의 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수능 운영 전 과정이 교사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과 체력적 희생에 사실상 기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감독 시수를 2교시 이하로 제한하고 청소·방송·시설 점검 등 비본질 업무의 용역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등교사노조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긴급 실태조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교사 66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수능 전날 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에서 교사가 직접 교실 청소와 세팅을 했다는 응답은 88.3%로 집게됐다. 시험장으로 지정되지 않은 교사 285명을 제외한 실제 시험장 근무 교사 375명 중 331명이 “대부분 교사가 직접 청소·세팅을 맡았다”고 답한 결과다.
수능 당일 감독 시수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6.2%가 3개 교시 이상을 감독했다고 답했다. 시험 시간표상 점심시간은 50분이지만, 시험지 회수와 본부 제출, 다음 교시 시험지 수령, 사전 입실 준비 등이 이어지면서 실제 식사 시간은 20~30분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상당수 교사들이 4~5시간가량 충분히 앉지 못한 채 감독을 이어갔다고 응답했다.
영어 듣기 평가 시간에는 감독관의 움직임이 제한돼 불편이 있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침이나 이동 등이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교실 뒤편 의자를 활용하기 어려웠으며, 일부 교사들은 어지럼증·실신·구토·두통 등 건강 이상을 경험했다는 의견이다.
돌발상황 경험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2.1%가 “그렇다”고 답했다. 가장 많이 보고된 유형은 수험생 민원(45.3%)으로, 냉난방 조절, 창문 개폐, 자리·소음·냄새 등 교실 환경과 관련한 상반된 요구가 동시에 제기되는 사례가 있었다고 조사됐다.
영어듣기·타종·방송 오류(13.3%)도 적지 않았다. 영어듣기 송출이 중간에 끊기거나 교실별 음량이 다르게 전달되는 경우, 타종이 지연되거나 조기 울린 사례 등이 보고됐으며, 이러한 방송 운영은 전문 인력이 아닌 일반 교사가 맡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시·도 교육청이 제공한 컴퓨터용 사인펜과 OMR카드 불량 사례도 여러 지역에서 확인됐다. 체크란 인쇄가 흐릿하거나 사인펜 잉크가 번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으며, 이에 대한 현장 판단과 처리는 감독관이 맡아야 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감독 중 교사와 수험생의 실신·구토·호흡곤란 등 건강 이상 사례도 제기됐으며, 특히 4교시 탐구영역 운영과 관련해 현장의 혼선이 컸다는 응답이 많았다.
수능 감독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500건 이상 제출됐다. 응답자들은 우선 감독 시수를 2교시 이하로 제한해 장시간 서서 감독하는 현재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수능 전날 교실 청소·세팅·방송·시설 점검 등은 별도 용역이나 전문 인력에 맡길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감독이 사용할 수 있는 키높이 의자 배치 등 최소한의 휴식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감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전자기기 수거 절차 역시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수능 다음날 일정 시간 휴가나 연가 사용을 보장해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중등교사노조 관계자는 “수능은 국가가 운영하는 시험이지만 현실에서는 모든 책임과 부담이 개별 교사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며 "감독관의 희생과 헌신에 기대어 유지되는 시스템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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