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플래그십 스토어 경쟁’이 국내 패션업계로 번지고 있다.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처럼 단순 매대 대신 미쉐린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과 카페를 들여오고,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문화 공간을 조성한다. 일반 매장에 비해 비용이 10~20배 더 들지만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 브랜드들은 서울 청담동, 한남동, 성수동 등 주요 상권에 단독 플래그십 매장을 내고 있다. ‘브랜드의 얼굴’인 플래그십 스토어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그 자체로 브랜드 가치를 보여주는 예술적 공간이다. 매장에 레스토랑, 카페 등을 들여오고 미술 전시와 공연을 여는 이유다. 에르메스가 서울 신사동 플래그십 매장에 브랜드 식기, 가구를 경험해볼 수 있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게 대표적이다. 루이비통은 청담동 매장 한 개 층을 통째로 그룹 재단 미술관이 소유한 컬렉션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국내 패션 브랜드도 이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타임은 이번에 연 플래그십 매장 4층에 다이닝 공간인 ‘카페 타임’을 만들고, 오픈 직후 백화점 VIP만을 위한 미식 행사를 했다. 앞으로 프랑스 파리 패션쇼에서 선보인 신제품을 이곳에서 처음 판매할 예정이다. K패션 대표 주자인 우영미도 지난달 서울 한남동에 한국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냈다. 스위스 유명 건축사무소가 건물을 설계했고, 그 안을 미식·브랜드 아카이브 공간으로 꾸몄다.
플래그십 매장은 상권에도 영향을 미친다. 체류 시간이 긴 체험형 매장이 모이면 전체 유동 인구가 증가한다. 패션·뷰티 플래그십 매장이 몰려 있는 성수동은 공실률이 3.4%로 다른 상권보다 낮은 편이다. 글로벌 부동산 리서치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성수 상권이 과거 팝업 임시 매장 위주에서 정규 플래그십 스토어 중심지로 전환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해외에서도 플래그십 스토어 경쟁이 치열하다. 명품 브랜드들은 실적난 속에서도 미국 뉴욕, 파리 등 주요 명품 거리에 플래그십 스토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말 일본 건축가 시게마쓰 쇼헤이와 협업해 뉴욕 57번가에 미국 최대 플래그십 스토어를 냈다. 루이비통 백으로 16m 높이 벽을 세우는 등 예술, 건축, 패션이 한데 어우러진 문화 공간을 완성했다. 롤렉스도 내년 뉴욕 5번가에 세계에서 제일 규모가 큰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이선아/이소이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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